나는 늘 새로운 부분에 쉽게 매료되고 강렬한 흥미를 느꼈다. 하지만 그 관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사람을 만나고 사랑에 빠지는 점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의 반짝거림은 금세 사라졌고, 간절히 원했던 물건도 막상 소유하면 시들해졌다. 오랫동안 이런 내 모습이 못마땅했다. 끈기와 인내심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자신을 탓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 특성을 좀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왜 나는 쉽게 싫증을 느꼈을까?
내가 새로운 자극에 쉽게 빠져드는 이유 중 하나는 뇌에서 분비되는 도파민 때문이다. 도파민은 기대와 설렘을 만들어내지만, 자극이 반복되면서 그 효과는 급격히 줄어든다. 나는 지속적인 만족을 얻기보다, 새로운 자극을 쫓으며 일시적인 흥분을 반복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나의 어린 시절 환경도 큰 영향을 미쳤다. 부모님은 나를 사랑했지만, 그 사랑은 과잉보호와 통제의 형태로 주어졌다. 내 욕구를 스스로 탐색하고 결정하기보다, 부모님의 판단에 따라 충족되었기에 자기 결정력과 자기 통제력이 부족한 어른으로 성장했다. 그러다 보니 즉각적인 자극과 보상에 쉽게 반응하는 경향이 생긴 것이다.
또한, 관계에서도 나는 빠르게 애정을 주었지만, 그만큼 쉽게 흥미를 잃었다. 어쩌면 부모와의 관계에서 부족했던 정서적 안정감을 다른 곳에서 찾으려 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결혼 후, 내 안에서 일어난 변화
그런데 결혼 후, 내 성향 패턴이 점점 약해졌다. 처음에는 단순히 ‘나이가 들면서 변화한 것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곰곰이 돌아보니, 아내의 영향이 컸다.
아내는 나와 정반대의 사람이었다. 독립적이고, 자기 통제력이 강하고, 충동적이지 않으며, 계획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순간적인 감정과 즉흥적인 선택에 영향을 받는 사람이었지만, 아내는 깊이 생각하고 신중하게 결정하는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우리의 차이가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함께 생활하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즉각적인 자극보다는 지속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쉽게 싫증을 느꼈을 상황에서도, 아내를 보며 ‘조금 더 기다려볼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한순간의 감정으로 관계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이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새로운 면’이 아니라 ‘지속적인 면’에서도 충분히 의미와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는 걸 체험하게 되었
다.
나는 여전히 새로운 것에 끌리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욕구를 무조건 억제하거나 부정하는 대신, 그 감정을 다루는 법을 배우고 있다. 충동적으로 움직이기 전에, ‘나는 정말 이걸 원하는 걸까?’라고 자신에게 묻는다.
이제 나는 즉각적인 자극과 보상을 쫓기보다, 더 깊고 의미 있는 삶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물론 여전히 새로운 것에 마음이 흔들릴 때가 있다. 하지만 그것을 단점으로 여기기보다는, 나를 더 성장하게 만드는 요소로 받아들이려 한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변화하고 성장한다. 그리고 그 변화는 때로는 우리가 예상치 못한 관계와 경험 속에서 이루어진다. 나는 아내와 함께하면서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서 갔고, 더 단단하고 깊이 있는 만족을 배우고 있다.
누구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의미 있는 변화를 맞이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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