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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답이 아니라 질문이었다

질문이 나를 바꿨다.

by 김정락

“가장 감명받은 책이 뭐예요?”

“인생 책이 있다면 어떤 책인가요?”

책을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질문 앞에서 나는 잠시 멈췄다. 바로 떠오르는 책이 없었다. 한참 기억과 마음속 서랍을 뒤적이고서야 겨우 몇 권의 제목이 떠올랐다. 왜일까? 나는 왜 이렇게 된 걸까?

돌이켜보면, 나는 오랫동안 책을 잘못 읽어왔다. 책에서 정답을 찾으려 했고, 정답이 있다고 믿었다.

“책 속에 길이 있다.”

“책 속에 답이 있다.”


어릴 때부터 이런 말을 들으며 자랐다. 학교에서 책은 언제나 정답을 찾기 위해 읽는 것이었다. 교과서를 읽고, 문제를 풀고, 시험을 준비하는 독서. 이 습관은 성인이 되어서도 따라붙었다.


나는 자기계발서를 좋아했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살고 싶었고, 책에 나온 방법을 따르면 더 성실하고 규칙적인 사람으로 변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런 책들이 준 건 잠깐의 위안과 짧은 자극뿐이었다.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꾸준히 실천하지 못한 탓도 있었지만, 마음 한켠은 여전히 허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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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몰랐다. 책에서 ‘내게 맞는 정답’을 찾으려는 태도 자체가 문제였다는 걸 말이다. 책은 정답의 창고가 아니었다. 책은 질문을 던지고, 생각을 흔들며, 나만의 답을 찾아가게 돕는 존재였다.


이 깨달음을 처음 준 건 정재승의 『열두 발자국』이었다. 그는 세상을 하나의 학문으로 설명할 수 없고, 복잡한 세계를 이해하려면 여러 분야의 관점을 연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거의 모든 페이지에 밑줄을 긋고,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나도 이렇게 쓰고 싶다!”라며 감탄했다. 그때 처음으로 책이 정답의 목록이 아니라 새로운 관점의 창이라는 걸 알았다. 그렇다고 금방 바뀐 건 아니었다. 여전히 많은 책이 내게 스쳐 지나갔고, 나는 그중 대부분을 흘려보냈다.


문제는 내 독서법에 있었다. 맥락을 놓치고, 구조를 읽지 못했다. 문장에만 매달리면서, 그 문장이 던지는 물음에는 눈을 감았다. 결국 책에서 멀어졌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자기계발서만으로는 허전함이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말이다.

독서법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좀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 더 깊은 생각을 끌어내는 책을 찾고 싶어졌다. 그래서 철학책을 집어 들었다.


변화는 거기서 시작됐다. 철학은 쉼 없이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들은 내 생각의 테두리를 넓혔다. 특히 지금 읽는 『너는 너의 삶을 바꿔야 한다』는 내게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이 책은 인간의 본질은 수련, 반복, 명상을 통해 변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나는 이제 짧게라도 글을 쓰고, 책을 읽고, 명상과 기도를 반복하며 삶을 조금씩 바꾸는 중이다.


독서가 바뀌자 삶도 달라졌다. 예전엔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사람들에게 의지했지만, 이제는 고독을 즐기며 내면을 채운다. 무의미한 모임을 줄이고, 나 자신과 깊이 만나는 시간을 소중히 하게 됐다. 이 모든 변화는 책이 던진 질문과 그 질문을 붙든 내 사유 덕분이다.


이제 책을 읽을 때마다 나 자신에게 묻는다.

“이 책은 내게 어떤 질문을 건네는가?”

“나는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할까?”

“이 책에서 나는 무엇을 찾고 싶은가?”


앞으로도 나는 천천히, 그러나 온전히 책을 읽어갈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신에게도 묻고 싶다.


당신에게 책은 어떤 존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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