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 동안 마음속에서 수많은 감정 교환이 일어난다. 일상생활의 사건 속에 우리는 설레임과 두려움, 기대감과 불안감, 느긋함과 조급함, 생동감과 지루함으로 양가감정을 갖는다. 우리 삶은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희망과 불확실성 사이에 놓인 줄타기와 같다. 기다림은 감정의 교환과 대비가 본질이다. 감정은 충돌하고, 밀어내고, 섞이면서 순환한다. 첫 만남은 설렘과 기대가 높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두려움과 불안감이 스며든다. 느긋함을 즐기다 보면 어느 순간 조급함이 밀려온다. 그리고 지루함이 느껴질 때, 작은 변화나 소식 하나로 생동감이 확 살아난다. 오래도록 연락이 없던 친구에게서 문득 톡 하나가 도착했다. 그 짧은 알림음 하나에 심장이 반응했고, 조금 전까지 느꼈던 지루함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평범했던 오후가 갑자기 의미 있는 시간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기다림의 순간, 몸은 의식보다 먼저 반응한다. 즉, 우리 감각이 의식의 표면으로 떠오르지 않는 상태다. 손끝에 긴장감, 심박의 변화, 흐르는 땀이 그것이다. 진화론에서도 인간은 위기나 변화 앞에서, 생각보다 먼저 몸이 반응한다고 본다. 뇌가 ‘중요한 변화가 온다’라고 인식하고, 몸은 의식보다 앞서 행동으로 옮긴다. 이는 단순한 신체 반응이 아니다. 감각은 마음과 몸이 함께 만들어 내는 섬세한 예고다.
이 감각은 순식간에 감정으로 번지고, 또다시 새로운 상태로 변한다. 몸의 감각은 복잡하지만, 그 세심한 징후들은 급속하게 감정으로 전이된다. 설렘은 강한 정서적 흔들림으로 번지고, 이 감정은 곧 익숙함으로 옮겨간다. 하지만 설렘의 정서적 감정은 우리 안에서 오래 머무르지 못한다. 감정은 안정감에서 익숙함으로, 익숙함은 다시 지루함으로 옮겨간다. 인간의 뇌와 감정이 변화와 적응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감정이 줄어든다.
기다림의 시간은 감정의 진화와 같다. 이 시간 동안, 생각은 점점 더 짙어지고 무거워진다. 긍정과 부정을 오가며, 기대와 불안, 감사와 분노, 성찰과 격정, 희망과 불확실성으로 움직인다. 이 시간은 길어지기도, 한편으로 순식간에 지나가기도 한다. 기대가 클수록, 시간은 감정의 착시 속에서 느리게 흐른다. 이처럼 감정은 발효와 퇴화의 경험적 과정을 거친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감정은 깊어지고, 새로운 의미나 가치로 변화한다. 감정은 점점 무뎌지고, 소멸하고, 부정적으로 변질한다. 하지만 흐름을 지각하고 받아들일 때, 우리는 삶을 더 깊게 경험하게 된다.
기다림은 혼자만의 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나 자신과 조용히 대화하게 된다. 즉, 고독하지만,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시간이다. 나는 불투명한 미래의 목표를 상상하며, 나의 삶을 계획하고 기대하며 살아간다. 이 과정에서 설렘, 불안, 초조, 희망의 다양한 감정이 담겨 있다. 감정의 진폭이 있다는 건, 내면의 살아 있음을 말한다. 이렇듯 인간의 기다림은 살아 있다는 깊은 증거다. 인간은 희망을 믿고, 바람은 그려보며 살아간다. 그 안에 기다림은 현재를 지탱하는 방식이다. 또 그 가능성을 믿는 행위다.
기다림은 정체된 시간으로 오해되곤 한다. 그래서 감정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기다림은 다양한 감정의 경험을 거쳐, 지루함으로 도달한다. 나는 종종 감정의 중간 과정을 건너뛰고, 곧장 지루함에 도달하곤 했다. 나에게 기다림은 눌어붙은 액체 덩어리처럼 무겁고 끈적이는 상태였다. 기다림 속에 지쳐나갈 때, 외로움은 고독함으로 변화를 가져왔다. 외적으로 타인의 의지에서 벗어나, 내면의 강화로 나의 존재를 확인했고, 이는 성장의 발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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