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거리보다 깊이

골프가 삶에 가르쳐준 것

by 김정락

예전에는 드라이버로 250m 이상을 날릴 수 있었다.

힘을 주지 않아도 공이 곧고 멀리 뻗어가는 모습을 보며, 내 실력이 더욱 향상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 날의 라운드는 이미 반쯤 승리한 듯했고, 자신감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비거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내 몸의 변화를 인정하기보다는 클럽이나 피팅 같은 외부적 요인에 원인을 돌렸다. 장비만 바꾸면 예전처럼 플레이할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그렇게만 된다면, 지금 느끼는 불안감과 초조함도 사라질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장비를 바꿔도, 공은 이제는 예전처럼 멀리 날아가지 않았다.

그때부터 내 싸움은 거리와의 경쟁이 아니라, 내 자존심과의 씨름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특별한 기대 없이 부드럽게 휘두른 샷이 멀리 가지 않았지만, 놀랍도록 정확하게 날아갔다. 그 한 샷이 예상치 못한 안도감을 선사했다.

비거리는 줄었지만, 마음은 오히려 더욱 고요해졌다.


그 순간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이제는 거리가 전부가 아니구나.


1753305772663.png


골프에는 거리 외에도 중요한 요소들이 많다.

스윙의 리듬, 코스 전략, 감정 조절, 그리고 현재 순간에 집중하는 태도.

이러한 것들의 중요성을 모르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진심으로 그 가치를 느끼게 된 건, 내 비거리가 줄어들기 시작한 이후였다.


골프를 통해 나는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눈에 보이는 성과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이는 골프뿐만 아니라 삶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것을.


우리는 한때 빠른 속도와 큰 성과를 쫓으며 살아간다. 그것이 성공이고, 그것이 삶의 의미라고 믿는 시기가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더 멀리 가기보다 더 깊이 있게, 더 빠르기보다 더 정확하게 나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지금 나는 내 안에 나만의 기준을 세워가고 있다. 공이 멀리 가지 않아도 괜찮다.

그 기준이 분명해질수록, 한 번의 샷에도, 하루의 흐름에도 흔들리지 않게 된다.


이 글은 비거리가 줄어든 현재의 내 모습을 돌아보기 위해 썼다.

골프를 통해 삶을 다시 바라보고, 삶을 통해 골프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있다.

나는 여전히 ‘글로 배우는 골프’를 하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글로 삶도 배우는 중이다.


#골프에세이 #골프와삶 #비거리보다중요한것들 #내면의기준 #골프성찰 #골프심리 #골프글쓰기 #자기성장 #마음의스윙 #삶의리듬

keyword
이전 28화실패한 샷에 말을 거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