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드라이버로 250m 이상을 날릴 수 있었다.
힘을 주지 않아도 공이 곧고 멀리 뻗어가는 모습을 보며, 내 실력이 더욱 향상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 날의 라운드는 이미 반쯤 승리한 듯했고, 자신감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비거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내 몸의 변화를 인정하기보다는 클럽이나 피팅 같은 외부적 요인에 원인을 돌렸다. 장비만 바꾸면 예전처럼 플레이할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그렇게만 된다면, 지금 느끼는 불안감과 초조함도 사라질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장비를 바꿔도, 공은 이제는 예전처럼 멀리 날아가지 않았다.
그때부터 내 싸움은 거리와의 경쟁이 아니라, 내 자존심과의 씨름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특별한 기대 없이 부드럽게 휘두른 샷이 멀리 가지 않았지만, 놀랍도록 정확하게 날아갔다. 그 한 샷이 예상치 못한 안도감을 선사했다.
비거리는 줄었지만, 마음은 오히려 더욱 고요해졌다.
그 순간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이제는 거리가 전부가 아니구나.
골프에는 거리 외에도 중요한 요소들이 많다.
스윙의 리듬, 코스 전략, 감정 조절, 그리고 현재 순간에 집중하는 태도.
이러한 것들의 중요성을 모르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진심으로 그 가치를 느끼게 된 건, 내 비거리가 줄어들기 시작한 이후였다.
골프를 통해 나는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눈에 보이는 성과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이는 골프뿐만 아니라 삶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것을.
우리는 한때 빠른 속도와 큰 성과를 쫓으며 살아간다. 그것이 성공이고, 그것이 삶의 의미라고 믿는 시기가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더 멀리 가기보다 더 깊이 있게, 더 빠르기보다 더 정확하게 나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지금 나는 내 안에 나만의 기준을 세워가고 있다. 공이 멀리 가지 않아도 괜찮다.
그 기준이 분명해질수록, 한 번의 샷에도, 하루의 흐름에도 흔들리지 않게 된다.
이 글은 비거리가 줄어든 현재의 내 모습을 돌아보기 위해 썼다.
골프를 통해 삶을 다시 바라보고, 삶을 통해 골프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있다.
나는 여전히 ‘글로 배우는 골프’를 하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글로 삶도 배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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