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샷은 오래 남는다. 잘 맞은 샷은 찰나의 만족으로 사라지지만, 어긋난 샷은 뇌 속에 더 오래, 더 깊게 새겨진다. 기억은 공정하지 않다. 우리 뇌는 성공보다 실패에 더 많은 감정 에너지를 소비하고, 더 오랫동안 그것을 붙들고 있는 법이다.
그래서, 한 번의 미스 샷.
그 순간, 자신에 대한 분노, 낙담, 비난은 다음 샷까지 영향을 끼친다.
기분이 흐려지고, 몸의 리듬이 흐트러지고, 흐름은 끊긴다. 내 안에서 번지기 시작한 감정의 불씨는 손 쓸 틈 없이 빠르게 타올랐다. 내가 그것을 붙잡기도 전에 감정은 스윙보다 먼저 나를 무너뜨렸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그 실패가 일어난 후’ 어떻게 대하는가다.
예전의 나는 실패한 샷을 외면했다.
그 장면을 떠올리는 것조차 싫었고, 다시 생각하는 일은 고통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것은 나와의 대화를 중단하는 일이었다. 나는 질문을 멈췄고, 배움도 멈췄다.
그러다 어느 날, 실패한 샷에게 말을 걸어보기로 했다.
“왜 너는 그렇게 날아갔니?”
“내 몸은 그 순간 어떤 감각이었을까?”
“혹시 내가 널 너무 재촉한 건 아닐까?”
그 질문은 자책이 아니라 회복의 시작이었다.
실패를 하나의 장면으로 꺼내 놓자, 감정과 행동을 분리해서 바라볼 수 있었다.
그날의 바람, 손끝의 떨림, 스윙 전 흔들린 호흡까지—실패는 단지 결과가 아니라, 그 순간의 ‘내 상태’를 비추는 작은 거울이었다.
그러나 진짜 이야기는 실패 속에 숨어 있다. 그 샷을 가만히 적어 내려가는 동안,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글이 그 장면을 실패에서 경험으로 바꿔주고 있다는 것을.
실패를 언어로 바꾸는 순간, 감정을 조절하는 뇌의 회로가 다시 작동하기 시작한다.
감정의 홍수로 흔들리던 나를, 글은 차분히 다시 붙잡아준다. 그렇게 글은 나를 다시 스윙 앞으로 데려간다.
샷이 흔들릴 수 있다. 그러나 나까지 흔들릴 필요는 없다.
실패를 외면하지 않고 말을 건다면, 그 실패는 흐름을 끊는 것이 아니라 변화의 문이 될 수 있다. 실패한 샷에 말을 거는 일—그건 결국, 나 자신에게 말을 거는 일이다.
그리고 그 대화 속에서, 다음 샷은 조금 다르게 날아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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