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외부환경에 강한 사람인가?

압박과 스트레스

by 김정락

골프장의 초록 카펫처럼 잘 정돈된 평평한 그린은 마음을 안정시켜주기도 하지만 가장 많은 압박을 받는 장소다. 퍼팅은 홀을 마무리하고 점수와 돈으로 얽혀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곳이 인생으로 보면 중용을 일으키는 공간이다. 실패가 있어야 성공도 있고 성공이 있으려면 실패가 있는 세상의 이치가 그린이라는 원에 생존하고 있다. 거기에 압박과 여유가 존재한다. 압박이 있어야 여유가 있고 여유가 있어야 압박도 존재하는 서로 상호공생관계다. 혹자는 골프에서 퍼팅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하는데, 잘하지 못해 하는 이야기일 수 있지만 두근거림과 실패의 압박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축구 경기에서 골을 넣지 말자는 것과 비슷하다.

그린.jpg 생존의 공간, 성공과 살패 존재


오죽하면 입스가 생겨 퍼팅을 못 할 정도까지 이르는 선수, 골퍼가 있다. 입스(YIPS)란 압박감을 느껴 시합에서 근육이 경직되어 선수가 평소 잘하던 동작을 제대로 못 하는 현상을 말한다. 퍼팅에서 볼을 치기 위해 퍼터를 뒤로 가져가는 동작(백스윙)을 하지 못하는가 하면, 야구에서 투수가 볼을 포수에게 정확하게 못 던지는 상황 등 스포츠뿐만 아니라 예술, 공연 분야에서도 흔히 일어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다양한 상황에 따라 압박과 스트레스받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한다.


우리 삶에서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 수는 없다. 사람마다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스트레스받으며 살아간다. 우리는 압박에 시달려 삶을 포기하거나 아니면 약을 먹으면서 근근이 버티며 살아간다. 압박을 받고 있다면 잘 생각해 봐야 한다. 압박 자체를 무조건 억압받는다고 생각해 살아갈 필요가 없다. 무엇으로부터 어떤 압박을 받고 있는지 정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는 압박을 받는다. 글감은? 주제는? 잘 쓸 수 있을까? 고민하고 압박을 받으니 예전 습관이 슬슬 올라온다. 만약 옛날처럼 글쓰기를 포기한다면 나는 평생 발전하지 못하고 마음의 무거운 짐을 가지며 살아갈 것이다. 새로운 길을 가려고 하면 옛길로 회귀하려는 습관을 보이는데 경계해야 하고 버려야 한다.

나쁜 행동은 벼락치기 하듯 책에 집중하지 못하고 나는 눈앞에 급한 불을 끄려는 듯 글감을 찾아-사자가 평소 옆에 먹잇감이 있어도 관심이 없다가 배고픔에 전력을 다하듯-책을 뒤적거린다. 동물의 왕 사자는 가능하겠지만, 나에게는 꾸준함이 절실하고 손에 쥔 능력이 없어 놓치지 말아야 할 귀한 도구다. 인생에서 보기 싫었던 내 모습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예전과 변함없는 반복 행동을 한다. 이 나쁜 버릇은 지식이 나에게 남아 있지 않을뿐더러 쉽고 빠르게 휘발되어 날아간다. 한 줌 미련 없이 스치는 인연처럼 정신과 몸에 남아 있지 않고 허공으로 날아가니 어찌 되었겠는가? 내 지식으로 남아 있는 게 없다. 그래서 채워도 채워도 부족함을 느끼고 양에 허덕인다. 또 채우고 넘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함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느낄 때 신이 우리에게 주는 신호 또는 기회라고 생각해 자신을 통찰해 보아야 한다. 스트레스와 압박감은 자기 결정과 타인에 의해 선택을 직접 하거나 강요받게 된다. 일상생활에서 새벽에 일어날까? 말까? 글 쓸까? 말까? 연습할까? 말까? 압박을 받으며 갈림길에 선다. 이 상황에서 인간은 대부분 불편함보다는 편안함을 추구한다. 압박을 받고 갈등하게 된다면 불편한 쪽으로 선택해야 하는데, 어느 누가 편안함을 버리고 불편함을 감내하려고 하겠는가. 하지만 에머슨은 먼저 계산서를 치러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즉 스스로 자신을 관리하고 미리 계산을 치러 영수증을 받으면 갑자기 들이닥치는 일이나 스트레스 상황에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대처할 뿐 아니라 생기지도 않는다. 불편함을 택하고 받아들여라.


나는 지속해서 현실을 직시하고 깨어있어야 한다. 너무나 나약한 인간이기에 틈을 보여 주면 안 된다. 깨지고 깨우치고 과정이 무수히 쌓여야 성장과 진화를 이룰 수 있다. 단순히 생각만으로 ‘나는 할 수 있다’라는 쓰레기 감정에 빠지면 극복하지 못하고 발전하지 못한다. 이성적 사고, 즉 내 사상을 체계적으로 잡아주는 새로운 지식, 재구성, 발견이 필요하다. 이때 내 사고의 체계는 혼란을 거듭하면서 질서를 잡아가고 다시 혼란과 질서가 양립하면서 균형을 맞추며 진보하게 된다. 이 과정은 공부하는 그 날까지 계속된다고 한다.


골프는 만족할 만큼 성과를 이루지 못했지만, 손을 놓지 않고 꾸준히 붙잡고 있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둬들일 수 있었다. 실력 향상을 위해 압축해 시간을 투자하고 지속성으로 공간을 메워 팽창시켜 질적 승화를 시켰다. 그때 이 시간에 소중함을 느끼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압박받으며 나름에 의도적 고립된 생활이었다. 골프는 내 의식을 깨워주고, 점검하고, 성찰하게 하는 고마운 존재다. 이 바통을 골프에서 체계적인 글쓰기와 지독한 책 읽기로 넘겨줄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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