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키면 시킨 대로 해라.
“시킨 일이나 똑바로 해라! 그거 하나 제대로 못 하냐?”
예전 아버지가 종종 네게 이야기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무슨 일었는지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시킨 일을 제대로 못 해 한 소리를 들었던 것 같다. 아마 학생 때였으니 당연히 공부와 관련된 일이라 추측한다. 다시 되새겨도 듣기 좋은 말은 아니다. 지금 이 말을 듣는다면 듣는 당신 또한 기분 좋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바꿔 생각해보면 시킨 일만 제대로 처리했다면 잔소리를 들을 필요가 없다. 다른 어떤 생각도 필요 없고 어려운 일도 힘든 과정도 겪을 필요가 없다. 왜? 시키는 일만 똑바로 하면 나의 임무, 의무는 다 끝났기 때문이다. 그런 삶은 엉뚱한 생각, 남다른 마주침, 색다른 마주침은 절대적으로 접점을 이룰 수 없고, 용납조차 하지 않는다. 즉 창의적인 생각은 끄집어낼 수 없다. 그리고 ‘주체적인 나’는 세상에서 사라지고 없다.
골프를 처음 배우게 되면 대부분 골프클럽의 그립 잡는 방법부터 배운다. 어떤 프로든지 이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립 잡는 방법을 가리키고 다리의 보폭(자세), 무릎과 척추 각도, 볼과 몸의 거리 등 기본자세인 어드레스를 가르친다. 그리고 골프계에서 유명한 스윙 방법, 일명 “똑딱이”-기본 어드레스 자세를 취하고 시계추가 움직이듯이 머리는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하고 손과 팔만 움직여 볼을 치게 하는 동작-을 가르친다. 예전 “똑딱이”를 2개월 정도 배우면서 지겹고 재미없어 절대로 가르치지 않고, 바로 볼 치게 한다. 이 과정이 마치 누군가 의해 짜인 형식처럼 30년 넘게 지금도 가르치고 있다고 하니 대단한 골프 기초 프로그램이다. 아무도 강요한 적이 없지만 오랜 세월 변하지 않고 내려온 것을 보면 비법(?) 아닌 비법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늘 하던 방법을 그대로 전해져 오는 낡은 방식이다.
오래전부터 이 방식을 바꾸고 싶었다. 왜 매일 똑같은 형식과 방식으로 가르쳐야 하는지 그 방법이 오히려 스윙에 방해를 준다고 생각했다. 낡은 방식을 변함없이 그대로 답습하니 같은 문제가 매번 발생하고 학습자도 주입식으로 주어진 방식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에 힘들어한다. 이 낡은 방식은 지루하고 힘들어 재미가 없다. 물론 쉬운 방법, 비법을 찾자고 하는 게 아니다. 일상 동작을 응용과 접목해 흥미를 유발해 편안한 접근을 시도해 보자는 것이다.
창의적인 생각, 방법은 타인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는다. 색다른 어울림과 마주침, 남다른 의식이 필요하다. 이 실현은 행동으로 해 봐야 한다. 즉 실천적 지식이 필요하다. 같은 생각과 행동은 멈춰있게 만들기에 우리는 안 하던 행동을 해 봐야 변화가 일어나서 남다른 마주침이 생겨난다. 그런 의미에서 일상에서 일어나는 동작을 스윙에 적용해보는 것이다. 춤을 추듯 스윙해보고, 편안하게 걷는 동작을 응용해 보거나, 다른 스포츠 동작을 비교 등 도전해 본다. 자연스러움이 창의적인 방법이다. 남 시선으로 해 보지 못하는 우리 일상이 얼마나 많은가.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의 길을 묵묵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펼치므로 색다른 마주침을 얻는다.
늘 같은 방식은 고정관념, 정체성에 갇혀 있어 빠져나갈 내부의 공극(孔隙)이 막혀버리면, 빠져나갈 곳이 막혀 새로운 것이 들어오지 못한다. 배우지 않고 기존의 학습을 지속해서 답습하는 경우 정신과 몸은 딱딱하게 굳어져 내성이 생긴다. 인간은 자신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즉 자기 이해가 필요하다. 항상 이야기 하는 부분이지만 자기 이해에는 고통스러움이 따르며, 이 괴로움을 피하고 환상적인 즐거움만 찾기 때문에 스스로 무지함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늘 하던 대로 학습하고 배우면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고통보다는 달콤한 유혹을 참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기준점이 명확해야 늘 하던 방식에서 벗어난다. 기준이 선명하지 않고 흐리멍덩하게 되면 타인의 말에 휘둘려 삶의 순환과정에 심한 영향을 받게 된다. 기준이 정해지면 지금은 잠시 퇴보하는 시간 즉 멈춰 설 수 있는 자발적 능력을 발휘하고 한편으로 전력을 달려야 할 시기에는 최대한 능력을 끌어올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이 자기 이해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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