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영화의전당이 보인다. 아, 드디어 왔구나. 이 코로나를 뚫고 내가 영화제에 왔다. 그것도 부산을! 이라며 영화의 대한 사랑으로 불타오르던 나의 마음은 영화의전당에 가까이 갈수록 사그라졌다. 너무, 조용했기 때문이다. 개막 이틀 째였지만 도착해보니 폐막일 같은 풍경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긴 했다. 거리두기 때문에 전체 좌석의 25%만 입장 가능했다.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도 없었고 야외행사도 없다. 사람이 적었다. 마스크를 꼈고 이야기 소리도 크게 들려오지 않았다. 모든 게 조심스러웠다. QR코드를 찍고 체온을 체크하는 관객도, 행사를 진행하는 스태프들도 각자 지켜야 하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코로나 시대에 영화제가 열린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정말 기적에 가깝다. 영화관에서 가장 떠들썩한 순간을 꼽으라면… 아마 영화 상영 전에 나오는 부산국제영화제 25주년 기념(?) 영상인 것 같다.
영화 상영 후 온라인 GV에 참석한 가와세 나오미 감독 ⓒ김진수
의외의 강렬함
영화제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강렬함을 찾았다. 이전에 여러 번 봤지만 정말 의외의 발견이라는 느낌.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면서 마지막에 감독 이름이 ‘딱’ 하고 스크린에 박히는 순간이다. 아마 그런 감정을 느끼는 이유는 그 영화를 만든 감독이 멋있거나 연출을 잘해서일 것이다. 오늘 내가 본 영화 두 편 모두 감독 이름이 스크린에 뜨는 순간, 적어도 나에게는 뜨겁고 거대하고 웅장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영화제에서 관객에게 보이는 이 자신감이란. <트루 마더스>의 가와세 나오미 감독, 그리고 정말 우연히도 <트루 마더스>가 끝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예매사이트에 들어갔다가 표를 구하게 된 <우리가 말하지 않은 것>의 이시이 유야 감독. 결은 다르지만 비슷한 느낌의 좋은 두 편의 영화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