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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모 Jan 06. 2020

부질없는 카톡

2020년 1월 3일

부질없는 카톡


<욕망 김정모>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이슬아 작가의 <<일간 이슬아>>를 보았기 때문이다. 이슬아 작가만의 문체, 일상을 바라보는 관점, 담담하게 풀어낸 느낌, 이 모두가 나에겐 어색하고 때로는 거부감이 들었지만 한 가지만은 분명했다. 부러움. 글쓰기를 상품화시키는데 성공했다는 것. 좋아하는 것이 있는 사람이라면, 좋아하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고 싶다. 어릴 때 고모가 공부하기 싫은 나에게 항상 했던 말이 떠오른다. “사람이 어떻게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어. 하기 싫은 일을 할 줄도 알아야해.” 싫다.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일, 매일해도 질리지 않는 일을 하고 싶다.      


욕망이 솟는다. 나도 글을 상품으로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고 싶다. 내가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생각을 소리내는 것만으로도 내 통장이 쌓였으면 좋겠다. <욕망 김정모>는 말 그대로 욕망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1편 ‘이십이십년 첫 낮의 눈’을 올렸다.     


글을 쓰는 일은 시작하기 바로 직전이 제일 어렵다. 막연한 게으름이 있다. 손에 타자를 올리고 키보드가 눌리기 바로 직전, 그 찰나의 순간에 나는 나를 검열한다. 내 생각을 언어화하는 일이 괜찮은 것일까. 내 글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다른 사람에게 보여줘도 괜찮은 글일까. 스스로를 검열하고 손을 멈춘다.      


오늘 아침에 눈을 뜨자, 독서모임 단톡방에 브런치 링크가 메시지로 올라와 있었다. 오전 6시 52분, 모임을 함께 하는 동생이 동틀 시간에 글을 써서 올렸다. 이 친구의 장점은 A4 한 장을 채우기 위해 몇 시간을 보내는 나와는 달리 자신의 생각을 대량의 글로 생산하다는 것이다. 평소에도 자신의 철학을 확고한 친구였기에 종종 토론이 아니라 논쟁을 벌이지만 그것조차 확고한 자신을 나타내는 증표였다. 맞닥뜨린 상황을 자신의 생각으로 빠르게 분석하고 토해내는 재능. 그걸 갖춘 친구였다. 괜히 짜증이 나는 차갑게 말했다. [이거 어카라고] 부질없는 카톡이다. 나만 속좁지.     


자기검열이 적은 사람일수록 글의 속도가 있다. 자신의 생각을 적나라하게 쏟아내고 이어붙이고 글의 공백까지도 삼켜버리는 사람이 있다. 대중의 벽을 자신의 생각으로 뚫어버리는 사람, 글간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버벅댈 시간에 토씨 같은 사고를 문단으로 만드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 부럽다. 부러움에 손이 멈추자 욕망도 사라지려한다. 해가 땅거미를 남기며 사라지듯 욕망이 작아질 때, 1편에 대한 엎드려 절 받기식의 칭찬을 받기 위해 출판업을 종사하는 친구에게 카톡을 보냈다.     


[글 어때?]

[생각보다 짧아서 아쉽/여러 편 모으면 좋을 것 같아요]

[이슬아 작가 어떻게 월-금을 매일쓰지/생각보다 시간 걸리는데]

[ㅠㅠ 대단하죠/스스로 프로젝트하고ㅋㅋ]

[부럽다 재능 있고 싶다/재능충들 싫어]

[노력도 재능인 것 같아요 아닌가....?]

[맞아 ㅋㅋㅋ 그것도 재능이야]

[ㅠㅠ 불공평해,,,,,,,,,, 크흐브읍ㅠㅠㅠㅠㅠ]

[노력하지 않아도 글을 줄줄 써내고 천재적인 생각을 풀어내서 파격적이지만 모두에게 호응 받으면서 독보적인 글 재능을 갖고 싶다]     


기승전부러움으로 끝나는 카톡이라니 부질없다. 현실풍자 소설이 그렇듯, 현실풍자 카톡은 한숨으로 끝이 났다. 나는 재능을 욕망한다. 내 생각을 대중의 벽에 검열하지 않아도 대중적이면서도 탁월해서 모두에게 호응 받는 글을 쓰는 재능, 그러면서도 독창적이어서 다른 글쟁이들과 차별적인 글을 쓰는 재능, 그런 재능을 욕망한다.


그게 없어서 지금 불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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