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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연구원 Apr 02. 2021

1화 위험을 부르는 달콤한 향기

선물받은 향수 냄새에 흠뻑 빠진 어느 날

 나는 요리를 할 때, 바람이 잘 통하도록 부엌의 문을 활짝 열어 놓곤 한다. 생선 한 마리를 굽더라도 환풍기를 통해 냄새가 다 사라지지 않기에 아예 문을 열어 놓고 시작하는 것이다. 사실 가장 큰 이유는 음식을 만들 땐 잘 몰랐던 그 냄새가, 다 먹고 난 후에 계속 남아 있어 가끔 집에 손님을 초대할 때 더욱 신경 쓰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외출하고 돌아왔을 때 집 안에서 나는 음식 냄새가 거슬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빨리 이 거슬리는 냄새를 없애기 위한 좋은 방법이 뭐가 있는지 열심히 검색해보기도 한다. 그러다 문득, 향기로운 방향제의 광고나 냄새를 흡착해서 없앨 수 있는 성능 좋은 탈취제 선전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하나 장만해야 하나 매번 고민에 빠진다. 

 그런데 한 여름 땀 냄새를 덮기 위해 향수를 쓰는 것이 좋지 않은 것처럼, 오히려 이런 방향제나 탈취제로 인해 여러 냄새가 섞이면 그것이 더 참기 힘든 나로선 금방 포기하기는 편이다. 또 이러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향 속에는 분명 수많은 성분과 함께 휘발을 위한 첨가물들과 이것들을 고체나 액체 등 다른 형태로 바꾸기 위한 성분들까지 자연에 존재하는 꽃에서 맡을 수 있는 향기로움과는 다른 화학물질들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국내 20~49세 여성 1,500명을 대상으로 방향제 사용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스프레이 타입의 방향제보다도 공간형 제품으로 사용되는 향초와 디퓨저 사용이 증가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 이유에 대해 냄새나는 공간에 탈취 효과를 위해 사용한다는 사람이 역시, 약 76%로 가장 많았다. 

 그 밖에는 향을 맡아서 기분 전환이 되어서 사용한다는 사람이 약 47%, 공간 실내장식 소품으로 활용과 아로마 요법 효과를 위해 사용한다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이 각각 20.6%, 19.6%로 나타났다. 이렇게, 방향 효과를 위한 목적뿐만 아니라 실내장식 소품, 선물로까지 다양하게 사용되고 소비되는 향초와 디퓨저 제품, 그 속엔 도대체 무엇이 들어 있을까?     


향초·인센스 스틱그 정체는     


 나의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 보면, 번개가 치거나 정전이 되는 날이면 꼭 필요한 양초가 집 집마다 한두 개씩은 있었던 것 같다. 하얗고 두꺼운 그 양초에 불을 붙인 뒤, 지켜보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동생과 밤새도록 이야기 나누던 추억도 떠오르곤 하는데, 이제는 그 자리를 향초나 인센스 스틱이 대신하게 되었다. 

 이렇게 우리에게 익숙한 양초는 왁스 또는 천천히 연소하는 성질을 지닌 가연성 고체 등에 인화성 심지를 넣어 만든 것인데, 여기에 향료를 첨가해 연소할 때 빛과 향을 함께 발생시키는 제품을 향초라 한다. 

 또 향초보다 그 이름이 낯선 인센스 스틱의 인센스는 라틴어로 ‘타다’라는 뜻인 ‘incendere'에서 유래했으며 연소 시 향이 있는 연기를 방출하는 제품을 말하는데, 보통 치료나 명상의 목적으로 사용되거나 방향제나 탈취제로도 사용된다. 

 그런데, 이러한 향초와 인세스 스틱의 사용에 있어서 연소 과정 시 유해 물질이 발생할 수 있는데,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만큼 그 안전성에 대해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다. 예를 들면, 영국 요크대 국립 대기과학센터의 자료에서 향초를 사용하는 가정의 실내 공기를 조사한 결과 벤젠과 리모넨 등의 물질들이 검출되었는데, 특히 리모넨의 경우 공기 중으로 방출할 때 오존과 반응해 폼알데하이드로 변화될 수 있어 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 2012년 실내 환경에서 향초를 연소시키는 실험을 진행했던 한 논문에서도 향초 연소 시 폼알데하이드, 벤젠, 톨루엔, 자일렌, 다환방향족탄화수소 PAHs가 검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로 인해 영국에서는 향초를 비롯한 방향제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 제품에 연소성 방향제 사용 후에는 반드시 방을 환기하고, 방향제 사용 시 발생한 연기는 흡입하지 않도록 하라는 주의 문구나 그림 등을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해외 리콜 사례에서도 프랑스 제품에서 발암물질인 사프롤이 검출되거나, 인도 제품에서 연소 시 또는 연소 후에 벤젠과 톨루엔 등의 유해 물질이 방출되어 리콜된 사례도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향초와 인센스 스틱의 제품에서 검출되어 문제가 된 벤젠과 톨루엔 등의 물질은 우리 몸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알고 있는가?      


총휘발성유기화합물?     


 향초와 인센스 스틱 연소 후 방출되는 폼알데하이드, 벤젠, 톨루엔, 자일렌, 스타이렌, 에틸벤젠 등의 물질을 총휘발성유기화합물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일명 총휘발성유기화합물은 Total Volatile Organic Compound를 말하는데 통상 TVOC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러한 총휘발성유기화합물은 대기 중으로 쉽게 증발하는 액체 또는 기체상의 유기화합물 총칭으로 주로 유기용제 사용시설이나 세탁소, 주유소 및 각종 운송 수단의 배기가스 등이 있다. 특히 벤젠과 폼알데하이드와 같은 물질은 발암성물질로서 매우 해로운 물질들이다. 

 실제 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향초·인센스 스틱 제품을 대상으로 유해 물질 방출량 실험을 진행한 결과71) 조사대상 제품 10개 중 3개의 제품의 연소 후 포집한 실내 공기에서 다중이용시설 실내공기질 권고기준을 초과하는 농도의 총휘발성유기화합물이 검출되었다. 또 인센스 스틱 10개 제품 중에서 5개 제품 연소 후 포집한 실내 공기에서 신축 공동주택 실내공기질 권고기준을 초과하는 벤젠이 검출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러한 향초와 인센스 스틱 속 유해 화학물질들이 우리도 알지 못하는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향이 나는 소비자 제품의 배출로 인한 노출과 그 영향에 대한 논문에서는 편두통과 천식, 호흡곤란, 점막 증상, 접촉성 피부염과 같은 다양한 부작용들이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 방향제 및 실내건축 환경에 관한 10가지 질문에 대한 논문 역시, 방향제가 휘발성 유기 화합물을 방출하며 그것이 편두통, 천식, 점막 증상, 유아 질병 및 호흡곤란과 같은 부작용과 관련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휘발성 유기화합물로부터 안전해지는 방법은 실내 환경에 원치 않는 냄새를 제거하는, 즉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는 등의 쾌적한 실내 환경을 만드는데 집중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쾌적한 실내 공기를 위해서.     


 만약, 현재 향초나 인센스 스틱 등 향이 나는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면, 지금 당장 중단하는 길만이 이러한 물질들로부터 노출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실제, 한 논문에서 향이 있는 제품을 없애거나 사용을 중단하면 노출을 줄일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화장실에서 방향제를 제거하거나 끄면 실내 환경에서 화학 물질의 농도를 2주 이내에 최대 96%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향기 분자는 제품 사용 중에 표면에 부착되어 나중에 다시 방출될 수 있으므로 제품을 사용하지 않아도 바로 즉시 100% 감소하지 않을 수 있지만, 향기 화합물의 농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소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부득이하게 향초나 인센스 스틱 제품들을 사용해야 한다면 반드시 환기하는 것 또한,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 

 또, 이런 향초 성분이 아이들에게 노출 시 더욱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아이들이 장시간 머무는 공간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아이들은 같은 양의 화학 물질이 몸에 들어와도 성인과 비교해 해독에 걸리는 시간이 몇 배나 길고, 그러한 유해 화학물질들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더욱 주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향초 및 인센스 스틱을 대신할 무언가가 필요하다면, 레몬이나 귤껍질 또는 커피원두 등을 이용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또 모과나 유자, 숯 등 천연의 방향 물질을 활용해 인공 향 대신 자연의 향기를 집 안에 채워보는 것도 추천한다. 



에코맘들의 수다 5 <향초와 인센스 스틱>

<참고 문헌>

- 오픈서베이, 《뷰티 트렌드 리포트》, 2017.

- 한국소비자원, 《향초·인센스 스틱 안전 실태 조사》, 2017.08.

- Marco Derdi, Simone Gelosa, Andrea Sliepcevich, Andrea Cattaneo, Renato Rota, Domenico

  Cavallo, Giuseppe nano, 《Emissions of air polutants from scented candles burning in a test

  chamber》, Atmospheric Environment, August 2012, Volume 55. 257-262

- Anne Steinemann, 《Fragranced consumer products: exposures and effects from emissions》,

   Air Qual Atmos health. 2016. P.861-866.

- Anne Steinemann, 《Ten questions concerning air fresheners and indoor built》, Building and

   Environment. 2017. P.279-284.

- Anne steinemann, 《The fragranced products phenomenon: air quality and health, science 

   and policy》. Air Quality, Atmosphehe & Health. 26 August.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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