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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연구원 Apr 02. 2021

1화 지금 어떤 옷을 입고 있나요?(1)

30년이 훌쩍 지난 옷을 입고 돌사진 찍은 날

 해마다 가을이 지나 겨울에 들어설 무렵, 옷 정리를 할 때면 항상 입지 못하면서도 절대 버릴 수 없는 그런 옷이 나에게는 한 벌 있다. 40년의 세월을 간직한 그 옷은 지금 보면 좀 촌스러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짙은 청색의 벨벳 소재의 작은 원피스로 아쉽게도 지금까지 딱 두 번밖에 입지 못했다.

 사실, 그 옷은 당시 백화점에서 파는 소위 아동복 중에서도 유명했던 브랜드 회사의 원피스로 가격이 꽤 비싼 편이었는데, 내가 태어난 지 일 년이 되는 날을 기념하며 어머니께서 큰맘 먹고 사셨다는 이야기를 나중에서야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물론, 나로선 그 당시를 전혀 기억할 순 없지만, 어릴 적 앨범 속 푸짐하게 차려진 돌 상 앞에 벨벳 원피스를 입고 찍은 사진 속 활짝 웃고 있는 나의 표정에서 얼마나 좋아했는지 짐작은 할 수 있다. 그렇게 그 옷의 첫 번째 주인은 바로 나였다. 

 그리고 어머니는 그 원피스를 고이 간직하고 계시다가 내가 결혼한 후에 기념으로 간직하라며 주셨고, 운 좋게도 나는 딸아이의 돌 사진을 찍을 때 그 옷을 물려 줄 수 있었다. 

 그렇게 딸아이가 그 벨벳 원피스의 두 번째 주인이 되었고, 돌 사진을 찍으면서 입었던 여러 벌의 옷 중 내 눈에는 그 벨벳 원피스를 입은 딸아이의 모습이 가장 예뻐 보였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의 부모님도 내가 이 벨벳 원피스를 입었던 태어난 지 일 년이 지났을 때 이런 마음으로 나를 바라보셨을까? 

 또, 이런 생각도 했다. 부모님과 나의 추억, 이제는 나와 딸아이의 추억까지 더해져 옷 속에 담긴 이 추억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나도 이 벨벳 원피스를 딸아이가 훌쩍 커 언젠가 결혼하게 될 때까지 잘 간직해야겠다고 말이다. 아마도 어림잡아 이 벨벳 원피스의 세 번째 주인이 될 사람은 앞으로 최소 20년 이상은 지나야 나타나겠지만, 그때가 되면 60년이 넘은 이 원피스를 과연 세 번째 주인이 좋아할지? 그건 잘 모르겠다.      

당신의 옷의 수명은 얼마나 되나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우리는 수많은 옷을 정리하며 매번 넋두리처럼 중얼거리는 말이 있다. 바로 “옷이 이렇게 많은데, 입을 옷이 없다!”라는 말이다. 

 어떤 옷은 유행이라서,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디자인의 옷이라서, 또는 나에게 유난히 잘 어울리는 옷 같아서, 심지어는 편하다는 이유로 같은 디자인의 옷을 여러 가지의 색깔별로 사들이는 사람까지, 우리에게 옷은 그 사람의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는 하나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거리를 지나다 보면 싸고 간편하게 입을 수 있는 패스트 패션이 지나가는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기도 하다. 오랜 경기 불황 속에 등장한 패스트 패션은 빠른 유행을 반영하고 있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빨리 먹고 버리게 되는 패스트 푸드와 같이 우리에게 의미 없는 소비를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무심코 값이 싸다는 이유로 ‘한철 가볍게 입고 버리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샀던 많은 옷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혹시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청바지의 삶     

 

 나무에서 피어나는 꽃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의 목화는 우리 주변에서 그 쓰임새가 정말 다양하다. 우리가 주고받는 만 원짜리 지폐도, 또 우리가 편하게 즐겨 입는 청바지도 이 목화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특히 청바지는 편하기도 하고 오래 입을수록 물이 빠짐에 따라 변하는 다양한 색깔과 빛바램 덕분에 남녀노소 모두 즐겨 입는 옷이기도 한데, 그렇다면 이러한 청바지는 목화에서 출발해 우리에게 오기까지 어떠한 여정을 거치는지에 대해 혹시 알고 있는가? 

 목화는 가장 먼저 씨와 이물질을 제거해 여러 겹으로 꼬아주는 작업을 거쳐야 하는데, 여러 번 잡아당기고 풀어주기를 반복해 짧은 섬유를 제거하고 섬유 굵기를 일정하게 만들어 거기서 추출한 섬유를 여러 겹 꼬아 놓은 면사로 만들어지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면사로 비로소 청바지 원단을 만들게 되는데 다른 옷들과 달리 청바지는 실을 염색해서 사용하며, 인디고 빛깔의 세로 실과 흰색의 가로 실을 교차해 만들어지게 된다. 특히 청바지의 경우 이렇게 교차한 실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안쪽의 흰색 실이 드러나면서 멋스러운 색깔로 변신하게 되는 매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청바지의 탄생과정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염색과정 이후, 풀을 먹여 빳빳하게 만드는 과정과 봉제 및 워싱 작업을 거쳐야 비로소 우리가 만나게 되는 청바지로 완성된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청바지 한 벌이 만들어지기까지 환경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가려진 진실이 바로 그것이다.   


청바지 한 벌을 만들기 위해 생기는 환경오염은?      


 청바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앞서 설명하였듯, 가장 먼저 원단을 만드는 면사가 필요하다. 그런데 국내 면사 공장은 인건비와 물가가 싼 동남아시아로 거의 빠져나가 몇 개 남아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에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수입되는 목화의 경우, 주로 저개발 국가에서 목화 재배 시 제초제나 살충제, 비료를 굉장히 많이 사용하게 되며 이러한 물질들이 땅에 잔류하게 되기에 안 좋은 영향들이 생겨난다. 

 실제로 지난 2011년 그린피스의 조사로 중국 양쯔강에서 노닐페놀과 과불화화합물과 같은 대량의 독성물질을 방류하는 섬유공장들이 확인되기도 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해당 공장들이 세계적인 의류를 제조하는 업체로 밝혀져 더 큰 충격을 안겨 주기도 했었다.

 또, 수입하는 동안 운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CO2도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주범이 된다. 그리고 멋스러움을 더하려고 일부러 단기간에 인위적으로 물 빠짐 현상을 만드는 워싱과정에서도 이러한 다량의 CO2가 발생하게 된다. 

 그린피스의 보고에 따르면, 청바지 한 벌을 생산하는데 무려 32.5kg의 CO2가 발생하게 되며, 심지어 어린 소나무 11.7그루를 심어야 이산화탄소 32.5kg을 없앨 수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청바지 한 벌 생산 시 사용되는 물이 7,000L(4인 가족으로 구성된 한 가정이 5일~6일 정도 사용하는 물의 양) 정도의 양이라 하니 우리가 쉽게 사 입는 청바지의 무게가 절대 가볍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앞서 설명하였듯, 저임금 국가에서 대량 생산되는 저가 청바지들은 물 소비와 이산화탄소 발생 이외에도 인권 문제나 농약 폐수와 같은 심각한 문제의 원인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청바지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청바지를 만드는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폐섬유의 재활용률은 그리 높지 않다. 그나마 재활용업체로 수거된 운 좋은 청바지 자투리 원단들은 재활용 기계를 거쳐 차량 내부 완충재나 층간 소음 완충재로 또는 청바지로 부활할 기회를 얻기도 하지만,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폐섬유 대부분은 종량제로 버려지거나 배출된 이후에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또 최근 네이처 리뷰 지구와 환경에 실린 한 논문을 살펴보면 바다에서 발견되는 1차 미세플라스틱, 다시 말해 제조단계부터 미세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물질에 의한 오염의 35% 이상(연간 190,000t)이 의류산업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단순히 값싼 청바지 한 벌이 만들어지기까지 발생하는 살충제와 농약과 같은 비료 등의 유해 물질, 물과 이산화탄소의 막대한 소비만이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미세플라스틱까지 패션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광범위하다.      


그렇다면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지난 2016년, 우리에게 영화 해리포터로 잘 알려진 엠마 왓슨은 레드카펫에서 100% 플라스틱병으로 만든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 이슈화된 적이 있다. 그런데 그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윤리적이고 친환경적인 옷을 만드는 의류업체 모델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도 이러한 친환경적인 패션을 알리는데 꾸준히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슬로 패션을 외치는 디자이너들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버려지는 옷들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작업은 헌 옷을 이용하기 때문에 쓰레기도 줄이고, 새 옷을 만들면서 생기는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어 큰 매력을 지닌다고 그들은 말한다. 

 또, 이러한 친환경적인 옷은 세상에 하나뿐인 한 벌, 밖에 만들 수 없는 옷이라는 이유로 희소성의 가치를 지니게 되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 환영받기도 한다. 

 그동안 옷을 싼값에 많이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우리는 어쩌면 패스트 패션이라는 말처럼 옷을 일회용이라고 여겼던 것은 아닐까? 싼값에 쉽게 사고 쉽게 버리게 되는 패스트 패션은 어쩌면 우리에게 소비와 폐기라는 반복된 굴레 속에 갇히도록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자, 지금 당장 옷장을 열어보자. 옷장 속 잠자고 있는 옷 중, 혹여 가격표조차 떼지 않은 새 옷은 없는지? 포장지도 뜯지 않은 새 옷은 없는지? 한 번 입고 버려진 옷은 없는지 잘 살펴보자. 멀쩡한 옷인데 혹여 버리려고 했던 건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그리고 또 한 가지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일본 의류회사라는 이유로 국내에서 외면을 당한 유니클로, 사실 유니클로는 앞서 말했던 패스트 패션 기업 중의 하나이다. 이러한 유니클로 외에도 자라ZARA, 에이치앤엠HM, 갭GAP, 이랜드ELAND 등과 같은 패스트 패션의 대표적 브랜드를 우리의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 또한 문제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이러한 회사들의 속임수에 속아 수명이 짧은 옷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옷들을 더 오래도록 의미 있게 입고, 사고 싶은 옷이 꼭 필요한 것인지 마음속 깊이 질문을 던지며, 더 느리게 의식적인 소비를 하는 연습을 통해 친환경 패션에 힘을 보태보도록 하자. 



에코맘들의 수다 1 <옷에 관하여 1부>

<참고문헌>

- EBS 하나뿐인 지구, 《우리가 청바지를 입는다는 것은》, 2016.03.18.

- EBS 하나뿐인 지구, 《패스트 패션이 말해 주지 않는 것들》, 2014.01.10.

- Kirsi Niinimaki, Greg Peters, Helena Dahlbo, Patsy Perry, Timo Rissanen and Alison Gwilt. The 

  environmental price of fast fashion. Nature Reviews Earth&Environment. April 2020.

  Volume1.  189-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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