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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연구원 Apr 03. 2021

3화 버거버거 소탕 대작전을 펼쳐라

인형극 속 주인공 사람 나무와 만난 날

 『어느 먼 옛날, 사람 나무가 사는 마을에 인스턴트 나라의 나도킹과 그의 수하 먹데리아, 햄도널드가 나타났다. 이들 햄버거 패거리들은 이웃 나라들을 돌며 자신들과 같은 인스턴트 음식들로 마을 사람들을 유혹해 그들의 보금자리를 빼앗는 몹시 나쁜 행동들을 일삼았다. 그러던 어느 날, 살기 좋은 사람 나무 마을에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 사람 나무를 발견하고는 인스턴트 음식을 마구 먹이기 시작했다. 

 결국 햄버거 패거리들의 유혹에 넘어가고만, 아기 사람 나무는 인스턴트 나라로 함께 떠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사람 나무 마을의 당근과 금치, 토마토 할아버지, 애플과 집밥 등의 친구들은 힘을 모아 아기 사람 나무 구출 작전을 세우게 된다. 

 다행히 아기 사람 나무는 친구들의 도움으로 햄버거 대신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먹던 예전의 입맛으로 돌아오게 되고 바라던 대로 황금 똥을 싸면서 건강을 되찾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딸아이 네 살 무렵에 함께 관람했던 식생활 개선 습관과 관련된 무료 연극 공연 내용 줄거리이다. 한 참 간식과 새로운 음식에 눈을 뜨게 된 네 살, 엄마가 주는 것만 잘 받아먹던 시기가 지나고 어느덧 음식에 좋고 싫음이 분명해지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그러던 중, 아이에게 몸에 좋고 나쁜 음식에 대한 개념을 심어줄 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던 어느 날, 우연히 보게 된 공연이었다. 

 그런데, 아직 햄버거를 먹어 본 경험이 없는, 햄버거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아이에게 단순히 “햄버거는 몸에 나빠, 먹으면 안 되는 거야.”라는 정도의 설명만 했을 때와는 다르게 연극을 본 이후로 아이는 햄버거를 먹으면 안 되는 이유를 주위 친구들에게 말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사실, 그 당시에 나는 큰 충격을 받았었다. 햄버거 외에도 몸에 해로운 많은 간식을 먹지 못하도록 그저 “안 돼”만 아이에게 외쳤던 그 순간들에 대해 후회가 밀려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아이에게도 자신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음식에 대해 알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데, 설명도 해주지 않은 채 그저 안 된다고 막기만 했던 내 모습이 창피하기까지 했다. 

 아이들에게 햄버거를 왜 먹으면 안 되는지, 건강에 얼마나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알려주고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위한 음식을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런 교육들이 우리에게는 지금, 이 순간 더 늦기 전에 필요하다고 나는 꼭 말해 주고 싶다.      


햄버거 무엇이 위험한가?     


 몇 해 전, 경기도 안산의 한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집단 식중독 증상을 보였는데, 이 중 일부는 용혈성요독증후군 Hemolytic Uremic Syndrome, HUS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가 흔히 햄버거병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 용혈성요독증후군은 1982년 미국에서 햄버거를 먹은 사람들이 집단 감염된 후 햄버거병이라는 별칭이 붙게 되었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햄버거병은 햄버거 속 덜 익힌 패티가 오염원인데, 그 원인으로 치명적인 독소를 생성하는 O157 대장균에 의해 독소가 몸에 퍼져 적혈구를 파괴하고 신장 기능 저하로 혈중에 독이 쌓이면서 발생하는 질병이 바로 용혈성요독증후군이다. 이러한 용혈성요독증후군의 증상으로는 혈변과 혈뇨, 용혈빈혈과 혈소판 감소, 급성신부전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충분히 익히지 않은 소고기 및 가공품이나 오염된 음식 재료와 기구, 조리사와의 접촉 등 교차오염으로 인한 채소와 과일 등 식자재가 주요 원인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러한 햄버거와 관련된 위해 사례는 2014년 156건, 2015년 208건, 2016년 194건으로 꾸준히 증가추세에 있다. 특히 2017년 6월까지 153건이 접수된 것으로 비교 해 볼 때, 전년도(106건)보다 44.3%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햄버거 관련 사고 발생 시기는 식중독 발생이 빈번한 여름이 193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서 가을이 137건, 봄 117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그 밖에 나이를 확인할 수 있는 위해 사고 512건 중 취약계층인 19세 이하 어린이 관련된 위해 사고가 118건으로 23%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햄버거 과연 이것만이 문제일까     


 지금으로부터 십여 년 전, <뉴욕타임스>에 O157:H7 대장균 피해자인 22세 미국인 스테파니 스미스 씨의 이야기가 실린 적이 있다. 스미스 씨는 이 대장균에 오염된 햄버거를 먹고 하반신 마비가 되었는데, 사실 여기에는 용혈성요독증후군보다 더 무서운 비밀이 하나 숨어 있다. 그것은 바로, 소고기 속 항생제에 관한 이야기이다. 

 미국에서는 전체 소비되는 항생제 가운데 70%가 공장식 축산을 유지한 동물 사육에 사용되는데, 이 과정에서 생겨난 항생제 내성을 지닌 균이 인간에게도 감염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특히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일수록 이러한 변종 균에 대한 피해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 햄버거 속의 패티. 아니 소고기 속 항생제와 그 변종 균에 대해서도 알게 된 이상, 무항생제 닭고기, 무항생제 달걀 등, 축산물을 구매할 때 앞으로는 무항생제 인증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패스트 푸드를 대표하는 햄버거     


 그런데, 안타깝게도 햄버거의 비밀은 여기서 끝이 아니기에 절대 경각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 햄버거는 우리 아이들을 중독성 강한 맛을 지닌 패스트 푸드의 세계로 안내하는 일등 공신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2004년 모건 스펄록 감독이 제작한 <슈퍼 사이즈 미>라는 다큐멘터리만 보아도 패스트 푸드의 대표주자 햄버거의 그 어마어마한 힘을 간접체험 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 속 스펄록 감독은 직접 패스트 푸드의 폐해를 알아보기 위해 하루 세끼 햄버거만 한 달 동안 먹으면서 자신의 몸 상태를 기록했다. 

 그런데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몸무게가 5kg이나 늘었고 무기력증과 우울증이 찾아왔으며 한 달 만에 12kg이 늘었다. 그런데 몸무게의 증가와 함께 찾아온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콜레스테롤과 나트륨 수치가 치솟았고, 성기능 장애와 간 질환까지 앓았으며, 그 이후 스펄록 감독은 다시 정상적인 몸 상태로 회복하는데 1년 2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물론 현실적으로 따져봤을 때 한 달 동안, 하루 세끼 햄버거만 먹는 사람은 사실 없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스펄록 감독의 무모한 도전이 어찌 보면 화려한 패스트 푸드에 대한 민낯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또 슈퍼 사이즈 미 덕분에 패스트 푸드 판매점에서 영양분석표 제공을 하게 만들었으며, 소비자에게 열량에 대한 알 권리를 제공해주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는 분명 박수를 보내고 싶기도 하다. 

 또, 요즘 한편에서는 이러한 패스트푸드 대신 슬로푸드 운동에 관한 관심이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슬로푸드 운동은 1986년 이탈리아 로마에 세계적 햄버거 가맹점인 맥도널드가 문을 열자 이에 맞서 전통적이고 다양한 음식을 지키자는 뜻으로 시작되었다. 

 그런데, 슬로푸드 운동은 말 그대로 단순히 천천히 음식을 먹는 행위가 아니다. 내가 먹는 음식이 누가 어떠한 방식으로 재배한 원료를 어떻게 가공해서 만들어지는지, 그 과정에서 혹여 환경을 해치지는 않는지, 생산자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으며 만들어지는 음식인지, 등을 알고 먹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진정한 슬로푸드의 의미를 지금부터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쳐줘야 한다. 

 언젠가 우연히 TV를 보다가 영국의 유명한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란 사람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 적이 있었다. 그는 학교에서 아이들이 먹는 급식을 접하고 정크푸드 범벅이었던 영국의 초등학교 급식을 바꿔보고자 발 벗고 나서 학교급식에서 가공식품을 몰아내고 건강한 음식으로 세상을 바꾼 요리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특히, 아이들에게 음식에 대해 교육하고 가족들이 다시 요리하게 만들고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비만과 싸우도록 지속적인 운동을 펴는 것이 소원이라는 제이미 올리버의 말이 인상 깊기도 했다. 

 이렇듯 우리 아이의 먹을거리에 관한 관심이 내 아이 하나만을 위한 일이 아니라 나아가, 우리 아이가 함께 살아갈 미래의 건강이고, 이웃과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발걸음임을 꼭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먹을거리의 안전성에 대한 우리의 지속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패스트푸드 줄이기 위한 Tip >     


1. 아이들이 쉽게 접하는 비스킷, 빵류 등 아크릴아마이드가 든 가공품은 멀리하자. 

: 높은 온도에서 굽거나 튀기는 조리방식으로 만들어진 제품은 피하고, 120도 이하 온도에서 조리한 음식을 

  섭취하자.      


2. 패스트 푸드는 되도록 먹지 않는 것이 좋다.

 : 되도록 먹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한다면 콜라 대신 물이나 주스를 그리고 튀긴 음식

   이 포함되는 세트 메뉴는 피하자.      


3. 안전한 재료로 아이들과 함께 간식을 직접 만들어 보자.

 : 다양한 요리법(빵 대신 밥을 이용해 만든 라이스버거, 감자튀김 대신 감자전, 식빵을 동그랗게 파내어 달걀

   을 넣고 만드는 계란빵 등 쉽고 간단한 간식 만들기)을 활용해 보자.     


4. 아이와 함께 <슈퍼 사이즈 미>, <푸드 주식회사>와 같은 영화를 보고 함께 고민해보자.


에코맘들의 수다 3 <햄버거 1부>
에코맘들의 수다 3 <햄버거 2부>

<참고 문헌>

- 식약처 보도자료, 《정부, 안산 유치원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발생 관련 긴급 대책 추진》, 2020.06.26.

- 한국소비자원 안전감시국 식의약안전팀, 《햄버거 안전 실태 조사_KCA 보고서》, 2017.08.31.

- 여성환경연대, 《현대인을 위한 대안 생활 가이드북_느리게 사는 삶, 느리게 사는 즐거움》, 2010.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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