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최애 간식을 만나 기뻤던 날
나에게 바나나우유는 어릴 적 뜨거운 목욕탕에서 나온 뒤 갈증을 눈 녹듯 잠재워주던, 달콤하면서도 시원한 마법과 같은 간식이었다. 이렇게 바나나우유는 달콤한 그 맛 이상의 추억을 담고 있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건강에 좋지 않다고 흰 우유만 고집스럽게 사주시던 어머니의 단호한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한 번 맛본 이후, 나는 그 맛을 절대 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제 딸아이와 함께 목욕탕에 갈 때면, 익숙해서 더 무서운 그 맛의 유혹에 나도 모르게 많은 종류의 우유 중에서도 무의식적으로 손이 가는 나를 마주하기도 한다.
또, 시간이 흘러 나의 추억 속 바나나우유는 자연스럽게 딸아이에게도 최애 우유가 되었고, 차를 타고 외출을 할 때면 어느 순간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중요한 간식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바나나우유에 우리가 속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가?
붕어빵 속에 붕어가 들어 있지 않은 것처럼, 나의 추억 속 바나나우유 속에도 사실 바나나가 없었다는 점이 그것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2010년 7월부터 식약처(당시 식약청)는 유제품과 축산가공품에 천연재료를 넣지 않고 합성 향료 사용하는 경우 ‘맛’이란 표현 대신 ‘향’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도록 했었다. 이 당시 바나나맛 우유에는 바나나 향만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실제 바나나는 들어가 있지 않았던 셈이다.
하지만 이런 기준 덕분에 바나나 천연과즙 1%를 넣는 조건으로 그나마 바나나 과즙이 진짜 들어간 바나나우유란 이름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바나나우유의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바나나 향 우유의 시절 사용되던 연 노란 치자황색소는 천연색소라는 점에서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치자 열매는 먹을 수 없는 과실에서 추출한 것으로 그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
또 이러한 치자황색소 외에 달콤하면서도 향긋한 바나나 향을 내는 수백 가지의 화학물질로 이루어진 향료가 바나나우유에 첨가되어 있으며 이것들은 아이들 몸속에서 호르몬 교란 물질과 알레르기 유발물질이란 이름으로 건강을 해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가공우유 중 바나나우유와 짝꿍이라고 할 수 있는 딸기우유 또한 그렇다.
딸기우유 속 붉은색의 비밀은 바로 선인장에 기생하는 연지벌레에서 추출한 코치닐추출색소를 사용한 것이다. 이러한 코치닐 색소는 아이스크림과 과일주스 등에도 사용되는데 특히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어 아이들에게 더욱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먹을거리 속 식품 첨가물들은 아이들의 건강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데, 그 예로 몇 년 전 한 방송사의 프로그램에서 먹을거리와 ADHD의 연관성에 대해 다뤄진 적이 있었다. 미국의 알레르기 전문의원 파인 골드 박사는 정서가 불안하고 난폭하며 주의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식품첨가물이 든 음식을 자주 섭취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특히, 인공착색료의 경우 ADHD 발병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영국 서리 대학의 닐워드 교수는 인공착색료인 타트라진이 아이들을 난폭하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내용을 살펴보면, 실험과정에서 아이들은 타트라진이 함유된 음료를 마신 뒤 30분이 지나자 매우 공격적인 폭력성이 나타났고, 그중 몇몇은 아토피 피부염을 보였다고 한다.
정말 먹는 것만으로 건강해질 수 있을까?
앞서 말했던 아이들이 좋아하는 바나나우유 이외에도 우리 주위의 마트나 편의점에서는 하룻밤 사이에 수많은 새로운 간편식들과 가공식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렇다면, 이미 이러한 식품 속 짭짤한 맛, 익숙한 맛에 길든 혀의 유혹을 뿌리치고 먹을거리를 바꾼들, 과연 우리의 몸에 기적이 일어날까? 라는 의문이 들던 찰나에 실제 국내 사례로서 한 주부의 이야기가 방송에 나오는 것을 보고 무척 놀랐다.
성인 아토피로 양쪽 눈가와 얼굴이 붓고 가려워 딱지가 생기기까지 했던 몸의 상태가 식사를 유기농 먹을거리로만 바꿨을 뿐인데, 이야기하지 않으면 모를 만큼 얼굴의 상태가 아주 많이 호전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이렇게 많은 먹을거리 속 위험 요소들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좋은 환경에서 텃밭을 가꾸며 직접 수확한 채소와 과일로 건강한 밥상을 차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마음은 무농약 채소 샐러드와 무항생제 닭가슴살로 차린 저녁 식탁을 꿈꾸지만, 이것이 곧 현실로 이어지기 쉽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되묻고 싶다. 정말 그런 걸까? 건강한 먹거리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걸까? 그 해답은 아래와 같이 20년 동안 유기농 포도 농장을 운영하고 계신 생산자의 인터뷰 속에 들어 있었다.
“해충을 죽이는 방식으로 농사를 하니 결국 생태계가 파괴되고,
생물다양성의 균형이 깨졌습니다.”
“퇴비도 줄이고, 잡초와의 싸움도 멈추고 땅이 자연 상태를 회복하도록 했습니다. 그러자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땅이 본래의 힘을 회복하자 다양한 미생물들이 살게 되고,
이 미생물들은 나무의 생장을 돕고, 나무는 열매를 잘 맺습니다.”
이 말은 지금 당장 이익을 위해 살충제를 써서 자연을 망치는 것보다, 자연 상태가 회복되기를 기다리며, 유익한 벌레가 해로운 벌레를 잡아먹도록 자연 그대로를 유지하며 농사를 짓는 것이 이상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다. 방송을 지켜보던 나는 앞서 말했던 꿈과 현실의 거리가 좁혀질 수 있다는 조그만 가능성을 엿보았고 이내 생각이 바뀌었다.
물론, 건강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위해 지금부터 한순간에 마음을 다잡더라도, 이미 익숙해진 입맛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천천히 한 단계씩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건강한 밥상을 차리기 전 먹을거리를 고를 때, 더 깐깐하고 꼼꼼하게 제품의 성분명과 뒷면을 읽어보고 확인해보는 습관을 갖고, 조금 더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조리 방법으로 바꿔보자.
그리고 오늘부터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를 위해, 오늘 간식은 바나나우유 대신 아이가 좋아하는 유기농 과일로 바꿔보는 한 걸음부터 시작하자.
< 건강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위한 일상 Tip >
1. 조금 더 깐깐하고 꼼꼼하게 제품을 확인하자
식품을 고를 때 브랜드나 광고문구에 현혹되지 말고 라벨에 표기된 성
분을 꼼꼼하게 살피자(가공우유 속 색소, MSG, 아질산나트륨, 캐러멜색소, 벤조피렌 등 유해 물질 없는지 확인할 것)
2.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한다면, 조리법을 바꾸자.
햄이나, 소시지, 과자, 통조림 등 가공식품은 되도록 줄이는 것이 좋지만, 어쩔 수 없다면 햄이나 소시지는 끓는 물에 데치면 아질산나트륨을 줄일 수 있다. 또, 에틸카바메이트라는 발암물질이 검출된 양조간장 대신 재래간장을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3. 소금과 설탕의 양을 줄여 가공식품에 길든 입맛 바꾸자.
소금과 설탕은 섭취량에 따라 약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한다. 모든 음식이 그렇겠지만 되도록 과하게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단계별로 저염식 식단으로 바꿔 가는 것이 방법이다.
<참고문헌>
- 이동현, 《경쟁은 전략이다.》, 21세기 북스, 2012.
- 안병수,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국일출판사, 2005.
- SBS 스페셜 《밥상 디톡스 무엇을 먹을 것인가?》 2017.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