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르베르트 하프너, 《푸르트벵글러》
B34. 베토벤을 사랑한 철두철미한 지휘자 / 《푸르트벵글러》 - 헤르베르트 하프너 지음, 이기숙 옮김, 마티
빌헬름 푸르트벵글러가 지휘하는 1951년도 바이로이트 축제극장 관현악단의 연주로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 ‘합창’을 처음 들었을 때의 저 영혼에 지진이 일어나는 듯한 감흥을 저는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으로 저는 아직까지도 이에 견줄 만한 연주를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이는 브루노 발터의 베토벤 교향곡 제6번 ‘전원’, 에프게니 므라빈스키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제4번과 제5번과 제6번 ‘비창’, 바츨라프 노이만의 드보르작 교향곡 제9번 ‘신세계로부터’, 오토 클렘페러의 멘델스존 교향곡 제3번 ‘스코틀랜드’, 카를로스 클라이버의 베토벤 교향곡 제7번 등등과 더불어 제 마음에 최고의 명연주, 명반으로 남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푸르트벵글러의 경우, 그가 스테레오 녹음 기술이 나오기 직전에 세상을 떠난 탓에 모노 녹음밖에 남기지 못했다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그러하기에 더더욱 그 의미가 깊고, 그 가치가 높다는 생각이 듭니다.
《푸르트벵글러》는 독일의 전설적인 지휘자 빌헬름 푸르트벵글러(1886∼1954)에 대해 음악을 중심으로 하여 양차 세계대전의 틈바구니와 히틀러의 나치 치하에서 연이은 전쟁과 정치적 격변기를 그가 어떻게 자기의 예술을 지키고자 활동하며 거쳐왔는가를 최대한 다각도로 상세히 들여다보는, 무려 750쪽에 달하는 묵직한 책입니다.
역시 제 눈길을 가장 강렬하게 사로잡는 것은 베토벤에 대한 푸르트벵글러의 마음과 생각입니다. 이와 관련한 여러 사람의 증언과 그 자신의 발언이 귀에 솔깃합니다.
‘베토벤에 대한 비판적인 언사라면 아무리 먼 곳에서 들려오는 것이라도 내 친구에게는 일종의 신성모독이었다.’
‘그는 제 일에만 몰두했다. 베토벤의 4중주곡을 들고 다니며 읽었다.’
‘빌헬름은 그 나이로는 놀라운 방식으로 베토벤 말년의 감정 세계와 양식을 파고들어 갔어.’
‘베토벤이 우리에게 제시한 길은 상대적으로 옳은 것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옳다.’
심지어 뒷날 그 아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베토벤이 예술에 온전히 헌신하려고 결혼을 하지 않았던 것처럼 한때 그 자신도 결혼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품고 었었을 정도라는 것입니다.
이렇듯 우리는 이 책을 통하여 명실상부한 오케스트라 ‘지휘자’, 마에스트로 푸르트벵글러의 철두철미한 예술정신을 고스란히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