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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33. 오직 음악을 위해서

- 러셀 마틴, 《베토벤의 머리카락》

by 김정수

B33. 오직 음악을 위해서 / 《베토벤의 머리카락》 - 러셀 마틴 지음, 문명식 옮김, 지호

우리는 베토벤의 건강 문제와 관련하여 그에게 청각장애가 있었다는 사실만 알고 있기 십상이지만, 실은 베토벤은 생전에 수많은 질병에 시달리며 살았습니다.

그런 몸의 고통과 통증을 음악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기쁨과 의지로 이겨내었던 것이지요.

이 책은 임종 시에 잘라두었던 베토벤의 머리카락을 세월이 지나 화학적으로 그 성분 분석을 한 결과를 근거 삼아 쓴 베토벤의 또 다른 전기, 또는 평전, 또는 연구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내용 가운데 제 가슴을 가장 깊이 치고 들어온 것은 그 머리카락에서 당시 진통제로 쓰이던 모르핀이나 아편 성분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베토벤은 통증 완화를 위한 진정제를 거부하고 ‘계속 음악 구상을 하기 위해 가능한 한 맑은 정신을 유지하려 했던 것’입니다.

실제로 당시 베토벤을 담당했던 두 명의 의사가 남긴 치료 관련 기록에도 죽어가는 벤토벤에게 아편 따위를 처방했다는 내용이 전혀 없다는 것이지요.

저 같은 필부(匹夫), 보통 사람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입니다.

아마 이런 점 때문에도 우리는 베토벤을 ‘악성(樂聖)’이라고 부르는 것 아닐까요.

‘아무렴, 모름지기 예술가라면!’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국면입니다.

고작 ‘음악의 아버지’(바흐), 고작 ‘음악의 어머니’(헨델), 고작 ‘교향곡의 아버지’(하이든), 고작 ‘음악의 신동’(모차르트) 따위의 ‘위대한’ 명칭들도 ‘악성’이라는 이 하나의 돌올한 명칭 앞에서는 한순간에 빛이 바래는 느낌입니다.

저는 이 ‘성스러울 성(聖)’자를 붙인 예술가로 ‘악성’ 베토벤과 ‘시성(詩聖)’ 두보(杜甫) 말고는 누가 또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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