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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수 Oct 18. 2024

그 이름 없는 사제는 어떻게 죽음에 이르렀는가?_05

  - 로베르 브레송, <어느 시골 사제의 일기>

05. [영화 톺아보기] 그 이름 없는 사제는 어떻게 죽음에 이르렀는가? - 로베르 브레송, <어느 시골 사제의 일기>(1951)

#04. 독백하는 사제

   이 앙브리쿠르 교구의 젊은 신임 사제가 처해 있는 문제적인 상황은 이뿐이 아닙니다.

   그는 지나치게 사색적(思索的)입니다.

   그가 줄기차게 계속하는 독백은 단순히 이 영화 고유의 형식이 지닌 특징일 뿐만 아니라, 그가 현실적이거나 실용적인 기질의 인물이 못 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그 스스로도 이런 자신의 특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시장(市長)의 보좌관이 찾아와 머지않아 사제관에 무료로 전기를 넣어주기로 했다는 희소식을 전하고 돌아갈 때도 사제는 발화(發話)하지 않고 독백합니다.


   ‘시장이 운영하는 술집에 대해서 한마디도 못 했다. 일요일마다 무도회를 열어 공장에서 일하는 어린 여자아이들을 상대로 술을 팔고 있다는데, 나는 그걸 대놓고 지적할 용기가 없었다.


   이쯤 되면 사제가 하는 일은 오로지 독백뿐인 듯합니다. 직무 유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느낌입니다.

   그는 그저 끊임없이 일기를 쓰고, 줄기차게 독백할 따름입니다.

   그러니, 다음과 같은 의문이 솟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 딱한 사제를 이렇듯 고약한 마을에 들여놓고 영화는, 또는 감독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일까?’  *(다음 글로 잇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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