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베르 브레송, <어느 시골 사제의 일기>
06. [영화 톺아보기] 그 이름 없는 사제는 어떻게 죽음에 이르렀는가? - 로베르 브레송, <어느 시골 사제의 일기>(1951)
#05. 그곳은 복마전(伏魔殿)
일기를 열심히 쓰는 사람들의 특징은 그만큼 관찰과 사색을 열심히 한다는 것 아닐까요.
그 사색과 관찰이 거의 본능이 되어 있는 사람들―.
그래서 날마다, 때마다 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사람들―.
영화는 사제의 일기 쓰기와 독백의 흐름을 따르는 만큼 사제가 앙브리쿠르 마을 사람들을 하나하나 소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물론 이 소개는 사제의 면밀한 관찰과 사유에 기반을 둔 것이지요.
인물들이 한 사람 한 사람 사제의 독백을 통하여 소개되는 과정에서 마을 사람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으며, 어떤 문제가 그들을 괴롭히고 있는지, 곧 그들이 어떠한 실존의 상황에 놓여 있는지가 조금씩 드러나는 방식이라고 하면 될까요.
그렇다고 사제의 독백으로 소개되는 그 인물들이 지닌 낱낱의 사연들이 어떤 인과관계에 근거하여 긴밀히 이어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은 그냥 느닷없이 소개될 뿐입니다.
다만 사제만이 홀로 그 인물들을 극적으로 엮어주는 구실을 할 따름이지요.
사제라는 존재 자체가 극의 인과율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셈입니다.
따지고 보면, 이상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 구조입니다.
문제는 마을 사람들이 이 선병질의 애처로운 사제한테 거의 한결같이 적대적이라는 점입니다.
사제는 벌써 ‘자애(慈愛)’라는 말을 갈구합니다.
배려와 위로가 필요한 것이지요.
한마디로, 그 기이한 적대감의 복마전 속에 이 선병질의 신출내기 사제는 무방비로 내동댕이쳐진 딱한 신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영화를 본다는 것은 결국 그 복마전의 구성원들을 하나하나 영화가 소개하는 순서대로 살펴보는 일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음 글로 잇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