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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수 May 04. 2024

經(경)3. 《논어》를 읽는 당신은 어떤 독자세요?_3

  - 유독료후 기중득일양구희자 / 《논어집주》 〈서설〉

經(경)3. 《논어》를 읽는 당신은 어떤 독자세요?_3 / 유독료후 기중득일양구희자 - 《논어집주》 〈서설〉

   다음 문장은 ‘有讀了後(유독료후) 其中得一兩句喜者(기중득일양구희자)’입니다.

   정자(程子)가 말한 두 번째 유형의 사람입니다.

   맨 앞의 ‘있을 유()’자는 역시 맨 나중에 번역합니다.

   ‘讀了後(독료후)’는 ‘독료/후’로 끊어 읽고, 번역하면 ‘읽기를 마친 뒤’가 되겠습니다. 물론 ‘읽기를 마치고 나서’나 ‘다 읽고 나서’라고 해도 좋습니다.

   이 ‘뒤 후(後)’자는 그냥 ‘후’라고 말하는 경우가 워낙 많아서 굳이 ‘뒤’라고 해야 하는가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엿한 우리말인 ‘뒤’가 있는데, 굳이 ‘후’라고 해야 하나 싶어서 저는 되도록 ‘뒤’라고 번역하는 쪽입니다.

   (물론 어감을 고려하여 ‘후’라고 해야 하는 경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예컨대, 오 헨리의 단편소설 〈20년 후〉에서 ‘후’를 ‘뒤’로 바꾸어서 〈20년 뒤〉라고 하면 어쩐지 그 작품 특유의 정서적인 깊이가 얼마간 얕아지는 느낌이기는 하지요.)

   앞의 문장에서는 ‘독료(讀了)’라고만 했는데, 여기서는 ‘후(後)’자를 넣어서 살짝 변화를 준 모양새네요. 이로써 ‘마치다(了)’라는 뜻이 ‘후(後)’로 말미암아 조금 더 강화된 느낌이 들기는 합니다.

   이어지는 ‘其中得一兩句喜者(기중득일양구희자)’도 어렵지 않습니다. 끊어 읽기는 ‘기중/득/일양구/희자’ 정도로 하면 되겠습니다.

   ‘희(喜)’는 ‘기쁘다’라는 뜻이니까, 번역은 ‘그 가운데서 한두 구를 얻고 기뻐하는 사람’쯤으로 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이 ‘득(得)’을 그대로 ‘얻는다’라고 번역하는데, 이 글자는 ‘깊이 생각하여 이치를 깨달아 알아낸다’라는 뜻의 ‘터득(攄得)’의 의미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얻고’를 ‘터득하고’나 ‘깨닫고’라고 번역해도 문의(文意)를 크게 해치는 느낌은 아닙니다.

   물론 미묘한 어감의 차이는 있습니다. ‘얻고’라고 하면 이는 자기 마음을 움직이는 구를 찾아냈다, 발견했다는 뜻에 가깝고, ‘깨닫고’나 ‘터득하고’라고 하면 이는 가까스로 한두 구는 스스로 무슨 뜻인지 의미를 파악할 수 있었다는 뜻일 테니까요. 자기 힘으로 뭔가를 이해하고, 터득하고, 깨닫고, 파악하는 것 또한 배우고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틀림없이 기쁜 일 아니겠습니까.

   ‘일양구(一兩句)’의 경우는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을 텐데, ‘두 이(二)’자 대신 ‘두 양(兩)’자를 쓴 것이므로 그대로 ‘한두 구’라고 번역하면 되겠습니다. 역자(譯者)에 따라서는 이를 ‘하나나 두 개의 구’라고 늘려서 번역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문에서는 이처럼 우리 말법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글자들을 쓰는 경우가 꽤 있다는 점을 기억해두면 좋겠지요. 예컨대, 우리는 ‘두 개’라고는 써도 ‘양 개’라고는 쓰지 않고, ‘양 측’이라고는 써도 ‘두 측’이라고는 안 쓰듯이 말입니다.

   ‘구(句)’의 경우도 ‘두 구’라고는 써도 ‘양 구’라고는 안 쓰지요? 이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가면 될 것 같습니다. 이제 다 감안해서 번역하면 다음과 같은 정도가 되겠네요.

   ‘읽기를 마친 뒤에 그 가운데서 한두 구를 얻고 기뻐하는 사람이 있다.

   한데, 앞의 문장과 함께 생각해 보면, 어쩐지 그 느낌을 조금씩 차차로 높여 가는 수사법(修辭法)인, 저 유명한 ‘점층법(漸層法)’의 내음이 벌써 슬그머니 나지 않습니까.

   어쨌든, 누가 《논어》를 읽고 나서 한두 가지라도 자기 마음을 움직인 구절을 얻었다면, 그래서 기뻐할 줄 알았다면, 그는 ‘아무 일도 없는’ 저 ‘무사자(無事者)’보다는 그래도 한결 낫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결국 ‘得一兩句喜者(득일양구희자)’가 ‘全然無事者(전연무사자)’보다는 낫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짐작건대, 다음 문장은 분명히 ‘得一兩句喜者(득일양구희자)’보다 더 나은 사람의 사례가 될 것 같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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