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inema Aphorism_73

- 나만의 영화 잡설(雜說)_73

by 김정수

CA361. 기타노 다케시, 〈키쿠지로의 여름〉(1999)

‘키쿠지로’란 극 중 아이의 이름이 아니라, 비트 다케시의 이름이다. 따라서 이 영화는 아이의 여행이 아니라, 어른의 여행을 다루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그는 평범한 일반인의 생활에 바야흐로 적응하는 가운데 있는 전직 야쿠자다. 그러니 이 영화를 어린이 취향의 작품으로 읽는다면 오해하기 십상이다. 그 아이가 아니라, 그 어른의 변화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야 읽어야 할 것이 제대로 읽힌다. 요컨대, 그 아이가 아니라, 그 사내 키쿠지로를 따라가야 한다.


CA362. 에리히 폰 스트로하임, 〈탐욕〉(1924)

탐욕에 사로잡힌 인간은 그 탐욕한테 복수를 당하여 파멸에 이른다. 이것이 탐욕의 메커니즘이다. 여기에서 아무도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은 차례로 죽어간다. 이상한 욕망의 지형도. 그러나 너무도 마땅한 파멸의 행로. 그리고 아무도 상대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그녀의 돈에 대한 집착을 물욕으로 해석하는 것은 지나치게 사안을 단순화시키는 처사다. 그녀는 돈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돈조차 없는 삶을 공포스러워하는 것이니까. 그래서 그토록 돈이라는 물질, 그 즉물적인 실체감에 집착하는 것이다. 그걸 허물어뜨리는 행위 자체를 용납할 수 없다. 그게 무서운 것이다. 그러니 그녀의 돈에 대한 집착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며, 나아가 상식적인 것이다. 아무도 그녀를 욕할 수 없다. 영화 사상 가장 불쌍한 여인의 출현.


CA363. 이석훈, 〈공조2: 인터내셔날〉(2022)

남과 북을 살기 좋은 곳과 그렇지 않은 곳으로 나누는 이분법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점은 이 시리즈의 가장 눈에 띄는 특장이 아닌지. 그래서 림철령(현빈)은 임무, 곧 공조를 마친 뒤 거리낌 없이 제가 온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게 하나도 이상하거나, 딱하지 않다. 그러니까 돌아가는 림철령이 안쓰럽지 않은 것은 이 영화의 기본 정조가 밝은 탓이 아닌 셈이다.


CA364. 장유정, 〈정직한 후보 2〉(2022)

‘정직’이라는 말이 반사적으로 떠오르게 하는 말이 ‘부정직’이라는 사태의 아이러니. 정직한 후보가 곧 정직하지 않은 후보라는 이 의미의 자동 곡해. 또는, 그 곡해를 조장하는 세태. 유감스럽지만, 이 영화를 코미디로 읽어서는 안 되지 않을까.


CA365. 호아킴 도스산토스 & 켐프 파워스 & 저스틴 K. 톰슨, 〈스파이더 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2023)

모르긴 몰라도, 여기서 멀티 유니버스 세계관이 비로소 가장 아름답고 다이내믹하게 구현되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스토리를 제외한 모든 나머지 요소만으로도 몰입이 된다는 신기한 체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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