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inema Aphorism_72

- 나만의 영화 잡설(雜說)_72

by 김정수

CA356. 존 아미엘, 〈코어(Core)〉(2003)

핵폭탄을 써서 지구를 구한다는 시나리오. 〈딥 임팩트〉(1998, 미미 레더)와 〈아마겟돈〉(1998, 마이클 베이)에서부터 계속되고 있는 핵무기 강박증. 요컨대 인류의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핵무기는 있어야 한다는 주장. 게다가 이 도저한 엘리트주의.


CA357. 곽재용, 〈클래식〉(2003)

연애가 판타지라는 사실을 숨기는 것이 멜로드라마의 전략임은 자명하지만, 그 과도함이 이데올로기의 측면에서 얼마나 해로운가는 아직도 모호하게 은폐되어 있다. 또는 은폐가 영화를 만드는 주체와 관객 사이에서 묵인되는 메커니즘. 그 결과로 빚어지는,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는 욕망의 기이한 일치. 러닝 타임 동안의 온전한 도취, 또는 현혹이라는 목표. 그리고 지나간 시절, 특히 70년대 교복 세대에 대한 까닭 없는 향수를 자극하는 문제적 방식.


CA358. 리처드 라그나베니즈, 〈키스〉(1998)

그녀가 끊임없이 환각에 사로잡히는 것은, 또는 상상에 빠져드는 것은 그녀가 아직도 사랑 앞에서 솔직하지 못한 탓일까. 아니면, 성숙하지 못한 탓일까. 그녀가 꿈꾸는 것은 스펙터클이다. 생활과는 무관한 스펙터클로서 사랑이라는 것의 정체, 또는 초상.


CA359. 줄리어스 오나, 〈클로버필드 패러독스〉(2018)

두 개의 지구, 하나의 멸절. 그는 고백한다. 과거를 후회할 시간도, 미래를 생각할 여유도 없다고. 오직 할 수 있을 때까지 사람들을 구하는 일만 남아 있다고. 패러독스 따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선언이다. 결국 이 영화는 SF의 겉옷을 입은 일개 재난 영화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영화에서는, 마치 에일리언 시리즈가 그렇듯, 그 ‘괴물’이 주인공일 수밖에 없는데, 어째서 이 시리즈는 그것을 자꾸 감추는 쪽으로 나아갈까. 마지막으로 가족을 강조한 것은 이 모든 약점을 벌충하려는 궁여지책이 아니었을까. 장쯔이가 이런 정도 수준에서 소비되고 마는 것에 대한 아쉬움. 역시 예산이 더 필요했던 프로젝트가 아닌지. 이 감독의 2025년 작인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를 감안하면 더더욱.


CA360. 에밀리 영, 〈키스 오브 라이프〉(2003)

죽은 자와 함께하는 로드 무비. 또는 죽은 자를 찾아가는 여정의 추적극. 그는 완전히 연락이 두절된 상태에서 귀가 여행을 하지만, 도착한 순간 그는 이미 모든 사태를 파악하고 있다. 기억과 환각과 예감이 그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쩌면 인간은 정보와 관련하여 자신의 타고난 감각을 점점 더 둔화시키는 쪽으로 문명을 발달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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