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의 영화 잡설(雜說)_96
CA476. 오타르 이오셀리아니, 〈월요일 아침〉(2002)
너절한 몸가짐과 옷차림. 일요일의 정서. 차에 오르기 전 피우던 담배를 버려 발로 비벼 끄는 동작. 금연 구역으로 들어가는 흡연자들. 온갖 사소한 실수들과 어설픔. 고장과 수리. 공장의 소란함. 탁한 공기. 유독가스 유출. 담배 연기. 피우던 담배를 끄지 않은 채 작업복 주머니에 넣었다가 불이 나는 일. 아빠의 손길을 거부하는 아들들. 버려두세요. 공장에서 용접 일을 하고 돌아와 집에서 그림을 그리는 사내. 하지만 집에서도 한가롭게 그림 그리는 일 따위 하고 앉았을 넉넉한 여유는 없다. 아내는 그런 남편한테 여기저기 집수리를 시킨다. 따분하게 학과목 이야기를 나누는 아들과 아들의 여자친구. 외면받는 아들의 손길. 아내의 요구로 실시하는(!) 잠자리. 어린 둘째 아들한테 책을 읽어주는 것은 할머니의 몫. 그는 갑자기 왜 출근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일까. 이웃집 여자를 훔쳐보는 사제. 교회 종소리. 생활비 문제로 다투는 이웃집 부부. 고해성사. 걷기 힘든 노인. 운전하는 할머니. 담배 나눠 피우기. 화장실에 들어앉아 책 읽는 남자들. 악어. 남편 험담하는 여자들. 망원경. 내다보기와 훔쳐보기. 개 짖는 소리에 엽총 쏘는 남자. 자전거 대여. 벽화. 또는 성화. 연애편지 대필. 집 나간 남편을 찾는 아내. 싸움을 뜯어말리다가 당하는 봉변. 늙은 부모님을 찾아뵙는 아들. 임종을 앞둔 아버지. 아들을 만나 기운을 차린 아버지. 거울을 보고 등 뒤의 표적을 권총으로 쏘아 맞추기. 여행하고 싶으냐? 예. 음주. 여장 남자가 일하는 술집. 아는 사람과의 우연한 만남. 여행. 기차. 베니스. 많은 짐을 가지고 있는 여인. 곤돌라. 노래. 그림 그리기. 관광객한테 침 뱉는 아이들. 아버지의 친구를 만나는 아들. 피아노 치는 척하기. 피아니스트의 처세.
CA477.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대부〉(1972)
체험의 재정비 또는 재설정. 극장에서 필름 상영으로 〈대부〉를 본다는 것. 수없이 거듭 본 영화인데도 그 극적 긴장감에 여전히 압도된다. 걸작의 징표. 비토 콜레오네(마론 브란도)가 아들 마이클(알 파치노)에게 중요한 처세의 원칙을 가르쳐주는 장면에 대한 감회의 변화. 아들에 대한 연민에서 아버지에 대한 이해로. 아들을 패밀리의 사업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던 아버지의 마음. 하지만 결국 그 아들이 패밀리 사업을 맡을 수밖에 없다는 어떤 운명의 기운 앞에서 한없는 부정(父情)과 근심에 휩싸인 아버지. 병상에 누운 채 아들이 암살을 감행했다는 소식을 듣고 절망스럽게 짜증 나는 낯빛으로 그만 물러가라고 손짓하는 순간의 아버지. 잡티 하나 없는 디지털 화면의 장점.
CA478. 김기영, 〈하녀〉(1960)
열심히 일해서 커다란 집을 마련하여 넉넉한 형편이 되고 나니, 비로소 부자들의 마음이 이해된다는 아내(주증녀)의 무서운 고백. 남편(김진규)은 여공들한테 노래를 가르치고, 아내는 집에서 재봉틀 일을 하는 것만으로 과연 그토록 큰 집을 마련하고, 하녀(이은심)까지 두고 살 수 있을까. 어디에 책임을 두는 게 맞을까. / 이 영화가 ‘공포’ 영화임에도 코미디처럼 보이는 것은 감독이 자신의 유머 감각에 자신이 없었던 탓일까.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그 영화사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언뜻 실패작 같은 느낌이 든다.
CA479. 박희곤, 〈인사동 스캔들〉(2009)
복원가(復原家)와 감정가(鑑定家). 경매. 영화적 허구인, 가상의 그림 벽안도. 이 바닥에서는 붓도 혀도 돈도 다 칼이 될 수 있다는 것. 서양화는 베끼기가 어렵고, 동양화는 살리기가 어렵다.
CA480. 커스틴 쉐리단, 〈어거스트 러쉬〉(2007)
소리, 지구에서만 들을 수 있는 소리라는 것. 공기가 있어야, 곧 매질이 있어야 소리는 전달된다. 따라서 음악은 지구에서만 유의미한 예술이다. 고아원의 아이들은 무엇으로 크는가. 버림받은 것과 수명의 상관관계는? 보모님이 우리를 안 찾으시면 우리가 부모님을 찾으면 된다. DNA의 문제. 작용과 반작용. 막으려는 쪽과 맞서려는 쪽의 길항. 음모와 계략. 부모가 자식을 계략의 상대로 삼을 때. 재능과 재능의 충돌 또는 결합. 누군가를 쫓아간다는 것. 빌붙어야 한다는 것. 돈이 되는 일과 돈이 안 되는 일. 일의 ‘가치’란 어째서 생기는 것일까. 소리에서 떠난 부모. 그 소리를 찾아 떠난 아들.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건물들은 어째서 버려지는 걸까. 버림받은 사람과 버림받은 건물의 공통점과 차이점. 재능에 관한 스토리, 또는 상봉에 관한 스토리. 어쨌거나 가족 복원의 스토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