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inema Aphorism_120

- 나만의 영화 잡설(雜說)_120

by 김정수

CA596. 스티븐 케이, 〈겟 카터〉(2000)

강간이라는 테마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것은 사회적 양심의 수준이 그쯤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의 반증이다. 그 선마저 무너지면 인간은 이제 더 갈 데가 없다.


CA597. 루돌프 마테, 〈DOA〉(2006)

제목인 DOA는 ‘Dead On Arrival’이 아니라 ‘Dead Or Alive’의 머리글자다. 그의 고백은 산 자의 고백도 죽은 자의 고백도 아니다. 죽어가는 자가 감행하는 죽음 직전의 고백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살해당했음을 자신의 입으로 고백할 수 있는, 유례가 없는 특전을 누린 셈이 된다. 하지만 남은 것은 오로지 그의 고백뿐이다. 아니면, 그 고백의 결과인, 또는 그 고백의 신빙성을 입증해 줄 유일한 근거인 시체뿐이다.


CA598. 앤드류 데이비스, 〈퍼펙트 머더〉(1998)

진정한 사랑을 찾아 헤매는 아내는 과연 죄인이 아닌가. 이 준엄한 질문에 진지하게 대답할 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면 그 못된 남편을 대놓고 욕하는 편에 서는 문제는 신중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CA599. 리 타마호리, 〈멀홀랜드 폴스〉(1996)

부부간에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이 아니라, 신뢰라는 전언. 그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서로에 대한 사랑이 식어간다는 뼈아픈 자각이 아니라, 배신에 대한 극한의 공포다.


CA600. 곽경택, 〈친구〉(2001)

그들은 친구가 아니다. 패거리일 뿐이다. 이 통찰을 거부하기 위한 안간힘이 이 영화의 진짜 모티브다. 그러니 이 영화는 얼마나 ‘나쁜’ 영화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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