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의 영화 잡설(雜說)_126
CA626. 최윤석, 〈종합병원 The Movie 천일동안〉(2000)
교만이 뭇사람들이 타고난 인성의 기본값이라는 것. 그래서 의사조차도 교만한 것이다. 이는 나르시시즘과 비슷하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비슷하다.
CA627. 낸시 마이어스, 〈왓 위민 원트〉(2000)
문제는 여자가 무엇을 원하는가를 아는 데 있지 않다. 그것을 충족시켜 주고 싶은 마음이 있느냐 없느냐가 문제다. 여자가 원하는 것은 바로 그 마음이다. 그런데도 세상의 뭇남자들은 이 점에서 착각을 일삼는다. 이는 여자와 남자의 자리를 바꾸어도 똑같이 적용되는 원리일 것이다. 물론 그 전개 양상은 다르겠지만.
CA628. 김대승, 〈번지점프를 하다〉(2001)
집착이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는 것은 정신병리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건만, 인간은 집착이 사랑이라는 착각에 대한 집착을 그만두지 못한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가 있는 것이다. 진정한 사랑을 하기란 이토록 어렵다는 사실의 서글픈 확인.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도저히 해낼 수 없는, 또는 해내기 힘든 일을 만나면 두 배의 용기를 내는 것이 아니라, 우선 피하고 본다는 것도 진실이다. 그러고 나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집착이 곧 사랑이라는 강변을 일삼는다. 이 강변이 통하는 것은 그와 같은 족속이 다수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문제다.
CA629. 로버트 저메키스, 〈캐스트 어웨이〉(2000)
내가 보기에 그는 ‘강한’ 사람이 아니라 ‘미친’ 사람이다. 그가 네 해 동안 혼자 지내면서 끝내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 그 증거다. 따라서 《로빈슨 크루소》의 저자(대니얼 디포)는 로빈슨 크루소에게 프라이데이(Friday)를 붙여주었다는 점에서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고 정확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영화는 프라이데이의 역할을 그가 스스로 윌슨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로 한 무생물(배구공)에게 맡기기는 했지만. 그가 로빈슨 크루소와는 달리, 대화가 아니라, 끊임없이 감정이입에 근거한 모놀로그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CA630. 마지드 마지디, 〈천국의 아이들〉(1997)
아이들에게는 신발 한 켤레가 온 세상의 무게와 맞먹는다. 이 신발 한 켤레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아이의 영혼조차 파괴될 수 있다. 그러니 그런 아이를 상대로 어른 노릇을 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 그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운동화가 아니다. 이 점을 간파하지 못하면 이 아이가 운동화를 얻으려는 진정한 이유를 놓치게 된다. 이 아이는 체제에 순응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또는, 속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아이를 이런 아이로 길러내는 교육을 우리는 좋은 교육이라고 말한다. 무슨 수를 써서든 학교에 가고 싶어 하는 아이. 문제는 그 학교가 정말 좋은, 또는 좋아할 만한 학교인가, 하는 점에 대한 성찰과 판별이다. 한데, ‘이상하게도’ 학교와 그 학교가 속해 있는 사회는 서로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이때 ‘같은’ 사회가 좋은 사회일까, ‘다른’ 사회가 좋은 사회일까. 아이가 학교에 가고 싶어 하는 사회가 좋은 사회일까, 아이가 학교에 가고 싶어 하지 않는 사회가 좋은 사회일까. 이런 문제를 뒤로 제쳐놓고 살피지 않는다는 것이, 또는 않으려 한다는 것이 진짜 문제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