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의 영화 잡설(雜說)_129
CA641. 오즈 야스지로, 〈가을 햇살〉(1960)
이번에는 홀어머니가 외동딸을 시집보내는 이야기. 하지만 색채영화인 이 작품은 어쩐지 감정이입이 〈만춘〉(1949)만큼 쉽게 되지 않는다. 무슨 까닭인가. 오즈 영화의 지독한 형식미가 조금씩 매너리즘으로 느껴지기 시작한 작품. 류 치슈가 곁으로 밀려난 영화에서 하라 세츠코는 단지 그녀가 나이를 먹어 젊은 시절의 빛을 잃었다는 이유만이 아니라, 류 치슈와의 조화가 가져다주는 어떤 상승 작용의 도움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는 듯한 느낌. 〈만춘〉의 감동에 미치지 못하는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하라 세츠코를 명백히 〈만춘〉에서의 딸로 설정하지 않은 탓이 아닌지? 더불어 〈만춘〉의 저 부녀간 마지막 여행이 풍경과의 조응으로 감정이입의 여지를 충분히 허락했다면, 이 영화 속 모녀간의 여행은 그런 풍경을 대폭 삭제한 탓에 감정이입이 수월치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색채영화가 되면서 오즈 야스지로 영화의 정서적 깊이가 많이 엷어진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점도.
CA642. 박흥식,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2001)
그다지 악하지도, 그다지 선하지도 않은 평범한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를 텔레비전 단막극이 아니라 영화로 만들 때의 문제점을 이 영화는 속절없이 드러내고 있다.
CA643. 한지승, 〈하루〉(2001)
무뇌아의 장기기증과 입양이라는 설정은 이 영화의 멜로 내러티브 안에서는 지나치게 교훈적이며, 나아가 계도(啓導)의 느낌마저도 들게 한다. 아마 이것이 어떤 까닭 모를 불편함의 원인인 듯.
CA644. 오즈 야스지로, 〈만춘(晩春)〉(1949)
아버지와 함께 영원히 같이 살고 싶고, 그것으로 충분히 행복하다는 딸을 설득하여 시집보내려는 아버지의 내면 풍경. 그 아버지는 홀아버지고, 딸의 마음을 바꿔놓고자 스스로 재혼하겠다는 거짓말까지 한다. 하지만 그 딸이 과연 아버지의 거짓말을 눈치채지 못했을까. 딸은 결혼식 날 아버지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한다. “아버지. 그동안 여러 가지로 감사했습니다.” 이 대사는 하라 세츠코의 육성으로 직접 들어야 한다. 전(前) 시대, 시집가는 외동딸이 홀로 남을 친정아버지에게 하는 가장 감동적이고 가슴 시린 작별의 인사말. 〈동경이야기〉(1953)와 더불어 오즈 영화 두 개의 정점(頂點) 가운데 하나. 이 지점에서 〈만춘〉은 오즈 영화의 첫 번째 정점이 되었다.
CA645. 오즈 야스지로, 〈조춘(早春)〉(1956)
남편의 외도를 그 시대 일본의 여인은 어떻게 받아들였는가. 이 위기에 빠진 부부가 화해에 이르기까지의 유머러스하고, 정교하며, 나아가 군더더기 하나 없는 서사 진행의 솜씨. 한편, 도대체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에는 왜 모두 부채를 든 인물들밖에 나오지 않는 것일까. 일본은 분명히 눈(雪)의 나라이기도 한데. 이는 물론 기본적으로 그가 여름에만 영화를 찍은 탓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