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의 영화 잡설(雜說)_132
CA656. 존 휴스턴, 〈백경〉(1956)
선장(그레고리 펙)이 고래(백경)를 잡으려다 최후를 맞는 것은 공포 때문이다. 물론 이 최후는 자살에 해당한다. 그는 공포를 도저히 떨쳐버릴 도리가 없었기 때문에 그 공포의 실체와 맞닥뜨려서 자살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공포란 그런 것이다.
CA657. 임권택, 〈망부석〉(1963)
임권택의 흑백영화는 어쩐지 오즈 야스지로나 미조구치 겐지보다는 구로사와 아키라를 연상시키는 데가 있다.
CA658. 아나톨레 리트바크, 〈아나스타샤〉(1956)
그녀가 진짜 아나스타샤일 리가 없다. 만약 그렇다면 그녀는 절대로 사랑을 택하지 않았을 테니까. 이것은 작가가 인간을 너무 모르고 쓴 이야기다. 이 서사가 옳은 것이 되려면 그녀가 아나스타샤가 아니라는 것이 진실이어야 한다.
CA659. 알란 J. 파큘라, 〈소피의 선택〉(1982)
소피의 선택은 옳았느냐 아니냐의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는 문제다. 소피가 평생을 통하여 괴로워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어느 쪽이든 떳떳하게 확실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면 소피는 그토록 ‘뒤늦게’, 또는 그토록 ‘이르게’ 자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결정 불가능성을 조장하여 강제했다는 점에서 히틀러의 유태인 정책은 분명한 죄악이다.
CA660. 브래드 실버링, 〈시티 오브 엔젤〉(1998)
천사가 인간보다 못하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천사가 인간을 부러워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낯 뜨거운 설정이 아닐까. 이것은 이 이야기를 하는 쪽이 인간이기에 의미를 얻는 설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