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inema Aphorism_134

- 나만의 영화 잡설(雜說)_134

by 김정수

CA666. 노라 에프론, 〈라이프 세이버〉(1994)

크리스마스라는 것이 그들에게 얼마나 밀도 높은 축제의 정서를 강제하는 날인지를 확인해 주는 영화. 왜냐하면 살인까지도 그 축제의 한 도구가 되니까.


CA667. K. S. 라비쿠마르, 〈춤추는 무뚜〉(1995)

삶의 불가해한 곤핍에서 헤어날 길이 없는 민중에게는 우선 당장은 이런 얼토당토않은 환상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이 환상조차 없다면 그들은 발광해 버릴지도 모른다. 따라서 위대한 종교의 발상지인 인도가 바야흐로 이런 환상에 매달리고 있는 것은 어쩌면 그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CA668. 빌리 밥 손튼, 〈슬링 블레이드〉(1996)

‘카이저 검’을 그는 ‘슬링 검’으로 부른다. 이 칼의 특징은 한쪽은 날카롭고 다른 한쪽은 둔하다는 점이다. 옛날 사람들이 잡초를 벨 때 이 검을 사용했다. 그는 이 칼로 한 남자와 그 남자의 정부인 어머니를 살해했다. 그것도 어린 시절에. 하지만 어른이 된 그가 다시 살인을 저지르는 것은 살인의 과녁인 한 사내에 대한 증오 탓이 아니다. 그 사내로 말미암아 자신과 똑같은 처지에 놓인 한 소년의 영혼이 그 옛날 자신이 겪었던 저 파괴당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그리고 그 소년에 대한 무한한 애정 때문이다. 그 애정은 동시에 바로 그 자신을 향한 것이기도 하다.


CA669. 최진호, 〈동창회〉(2000)

단편영화. 엄밀하게 따지자면, 동창생은 친구가 아니다. 그들은 친구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그저 손쉽게 규정하고 있을 따름이다. 왜냐하면 그러는 것이 여러모로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이 친구라는 이름은 유명무실해진다. 이것이 문제다. 송강호의 빛나는 연기는 이 영화 전체를 받쳐주는 몇 안 되는 기둥 가운데 하나.


CA670. 송일곤, 〈소풍〉(1999)

단편영화. 스스로 자기 목숨을 끝장내려는 사람의 내면 풍경을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의무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실제로는 이 의무를 망각하고 있는 사람이 부지기수라는 점이 문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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