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의 영화 잡설(雜說)_135
CA671. 정윤철, 〈기념촬영〉(1997)
단편영화. 등교 시간. 소녀는 미술 시간 준비물인 스케치북을 깜박 잊고 가져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함께 있던 친구는 예정대로 학교로 향하는 버스를 탄다. 둘의 운명이 갈리는 순간이다. 그 비극성과 슬픔의 정조가 비수보다 더 날카롭게 우리의 가슴을 저미고 드는 것은 그 장면, 그 갈림이 지닌 너무나 평화로운 일상성 때문이다. 비극은 그렇게 ‘도둑처럼’ 느닷없이 다가온다. 그래서 도저히, 감히 피할 수 없는 것이다.
CA672. 장률, 〈기념사진〉(2017)
단편영화. 그녀(김민하)는 그 신랑의 말대로 스토커일까. 그건 차라리 팬심이 아니었을까.
CA673. 강한영 & 이주엽, 〈싸이렌〉(2000)
119에는 주요한 두 가지 기능이 있다. 하나는 ‘소방’이고 또 하나는 ‘구조’다. 이 영화의 초점은 구조 쪽이다. 따라서 ‘한국 최초의 파이어 액션 블록버스터’라는 카피는 절반 이상 라이터의 착각이 빚어낸 결과이거나, 관객을 호도하려는 의도에서 빚어진 문구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 영화에서 ‘불’이 하는 역할은 미미하다.
CA674. 이재용, 〈순애보〉(2000)
시대 정서를 반영한, ‘순애(純愛)’에 대한 새로운 개념의 정립, 또는 ‘순애’의 정체 밝히기. 따라서 이 영화의 주제 의식은 〈오! 수정〉(2000, 홍상수)보다 훨씬 더 온건하다.
CA675. 피터 로드 & 닉 파크, 〈치킨 런〉(2000)
문제는 지금의 삶에 대한 회의(懷疑)다. 이 회의를 할 줄 모르는 사람한테 자유란 허락되지 않는 영역이다. 닭이라고 어찌 예외일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