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의 영화 잡설(雜說)_141
CA701. 박철수, 〈서울, 에비타〉(1991)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 〈에비타〉의 공연이 강제로 취소되는 상황은 그 뮤지컬 속의 상황을, 그런 취소를 실행하는 군사정권 치하의 엄혹한 현실과 그대로 동일시하게 만드는 사후 효과가 있다.
CA702. 루이스 모르노, 〈박쥐〉(2000)
이 영화에서 히치콕의 〈새〉(1963)의 이미지를 발견하는 것은 포유류로 분류되는 박쥐도 어쨌거나 날아다닌다는 점에서 절반은 조류, 곧 새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그 박쥐가 실험의 결과라는 사실은 너무도 ‘상투적인’ 과학기술의 무모함에 대한 지극히 ‘상투적인’ 경고에 지나지 않는다.
CA703. 론 클레먼츠 & 존 머스커, 〈헤라클레스〉(1997)
애니메이션. 사랑 때문에 기어이, 또는 기꺼이 신의 지위를 포기하고 만 헤라클레스는 신분의 차이를 뛰어넘는 사랑을 한 인류사의 숱한 인물들의 원전, 그 ‘신화적인’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CA704. 오손 웰즈, 〈심야의 종소리(한밤의 차임벨)〉(1965)
셰익스피어가, 특히 영미인들에게, 얼마나 엄청난 상상력과 예술적 영감의 원천인가를 새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일의 의미로움과 무의미함. 유희적인, 또는 예술적인 삶의 양식을 대변하는 팔스타프(오손 웰즈)라는 인물이 권력으로 말미암아 몰락해 가는 과정은 속절없이 감독 자신의 삶에 대한, 또는 그 삶의 궤적에 대한 상징으로 읽힌다. 이는 〈시민 케인〉(1941) 이후 거의 웰즈의 한 고정화된 경향인 듯.
CA705. 오손 웰즈, <위대한 앰버슨가>(1942)
고루한 신분적 자만에 빠져 진실을 끊임없이 외면하는 앰버슨 가가 결코 위대하지 않다는 전언이 이 영화의 주제다. 그러니 이 영화는 대단히 ‘근대적인’ 사상의 바탕 위에 성립된 셈이다. 그러나 그 앰버슨 가의 자만은 정신사적인 차원에서 재조명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실용주의 사상이 득세한 세상이 갈수록 디스토피아가 되어가는 현실을 애써 부정하지 않는다면 그런 재고(再考)의 유용성은 분명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