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inema Aphorism_143

- 나만의 영화 잡설(雜說)_143

by 김정수

CA711. 존 휴스턴, 〈말타의 매〉(1941)

말타의 매는 마침내 아무것도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둘러싼 사람들의 더러운 음모와 허망한 욕망의 초상이다. 여기에 악녀와 그 악녀의 음모에 말려들어 낭패를 당하는 남자가 있다, 언제나처럼. 이 영화는 바로 그 ‘언제나처럼’의 기원에 해당한다.


CA712. 박제현, 〈단적비연수〉(2000)

최진실이 적절한 캐스팅이었는지는 아무래도 의문. 여기서부터 영화는 제 갈 길을 잃고 표류한다. 좀 더 깊은 천착이 필요해 보이지만, 역시 힘에 부친 것이 아닐까. 스펙터클에 대한 강박은 서사의 강화에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는 원리의 재확인.


CA713. 장이머우, 〈집으로 가는 길〉(1999)

장쯔이의 달리기. 한 사람을 지극히 사랑하고, 그 사랑을 평생 지속한다는 것도 어느 만큼은 성격에 달린 문제일 뿐, 그 사랑의 대상으로서 한 특정한 인물의 어떤 면모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전언. 그러니까 이 사랑은 오롯이 그녀만의 사랑이요, 그녀만의 사랑의 방식이다.


CA714. 허승준, 〈공포택시〉(2000)

제목은 ‘공포’인데, 택시는 어째서 공포스럽지 않고 우스꽝스러울까. 그것도 시종일관. 아, 그렇다. ‘공포’라는 낱말을 제목으로 내세웠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그렇다면 감독의 의도는 어쨌거나 관철된 셈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CA715. 안드레이 줄랍스키, 〈피델리티〉(2000)

안드레이 줄랍스키의 영화는 영화라기보다는 차라리 오페라다. 좀 더 엄격히 말하면 그의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은 영화의 캐릭터가 아니라 오페라의 캐릭터다. 그래서 그들은 거의 무용에 가까운 동작을 하고, 그에 어울리는 언사를 늘어놓는다. 이것이 그의 영화에 대한 감정이입을 다소 버겁게 만드는 특징이다. 그래도 귀담아들어 두어야 할 대사 한마디. “독서는 저항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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