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의 영화 잡설(雜說)_144
CA716. 스티븐 소더버그, 〈에린 브로코비치〉(2000)
바야흐로 그녀(줄리아 로버츠)는 삶에 권태를 느끼고 있다. 그래서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일에 그토록 미친 듯이 몰두하는 것이다. 하지만 삶은 바로 그녀의 그런 무모한 열정에(조차) 보답을 해온다. 이것이 바로 삶의 아이러니다.
CA717. 잉그마르 베르히만, 〈모니카의 여름〉(1953)
이른 나이의 사랑을 사회가 용인하지 않는 것은 그 사회의 위계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다? 하지만 거꾸로 행복하지 않은 가정은 어린 그들에게 끊임없이 가정 바깥에서 사랑의 근원을 찾도록 강제한다. 억압과 해방 사이 그들의 딱한 초상.
CA718. 에드워드 양, 〈하나 그리고 둘〉(2000)
가족은 하나이면서 동시에 하나가 아니기도 하다. 이 인식이 중요하다. 그래서 그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져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아무도 도와주지 못하는 혼자만의 갈등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결혼식이나 장례식을 위해서다. 오직 죽음만이 그들을 하나로 묶는 구심점이 된다는 것은 얼마나 무서운 진실인가.
CA719. 여균동, 〈미인〉(2000)
이 영화의 주제는 오로지 ‘몸(身)’이다. 여기에 시종일관 단단히 초점을 맞춰놓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해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이해할 필요가 없는 걸까.
CA720. 김인수, 〈해변으로 가다〉(2000)
해변으로 간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연쇄살인이다. 하지만 그들은 왜 항상 미성년, 또는 미성년에 가까운 아이들이어야 하고, 제멋대로여야 하고, 성적(性的)으로 무분별하리만치 분방해야 하는가. 어쩌면 그래서 판타지인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