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inema Aphorism_149

- 나만의 영화 잡설(雜說)_149

by 김정수

CA741. 윌리엄 프리드킨, 〈룰스 오브 인게이지먼트〉(2000)

이 영화가 전쟁 영화가 아니라 법정 영화라는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목숨의 존망이 걸린 격렬한 전투라는 것도 결국은 법이라는 테두리 안에 속하는 문제라는 인식. 이 인식이 관철되는 사회가 존재한다는 것. 그렇다면 우리도 모든 것을 근본에서부터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CA742. 박찬욱, 〈공동경비구역 JSA〉(2000)

그곳은 공동경비구역이 아니다. 그곳은 그 자체로 하나의 상징이자 메타포이며, 현실의 축소판이다. 따라서 그곳은 어떤 경우에도 여지없이 일종의 학습장이 된다. 사람들이 그곳을 자유롭게 드나들도록 할 필요가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그곳은 금단의 지역이 되어 있다. 이것이 문제다.


CA743. 이현승, 〈시월애〉(2000)

시간의 비가역성에 대한 인식이 시간에 대한 반발심을 빚어낸다. 그래서 이런 계열의 상상이 허용되는 것이다. 나아가 그 반발심이 역설적으로 이러한 상상을 즐기도록 부추긴다.


CA744. 로저 크리스천, 〈배틀 필드〉(2000)

미래를 디스토피아로 상상하는 것은 현재에 대한 반성이자 경고가 그 기본값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그 자체로 유희의 성격도 지닌다. 미래란 기본적으로 허구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그렇듯 말(馬)을 그리는 것보다는 귀신을 그리기가 쉬운 법이다.


CA745. 스티븐 홉킨스, 〈킬러 나이트(Judgement Night)〉(1993)

미국 영화에 외딴 장소에서 끔찍한 경험을 하는 인물을 그리는, 또는 상상하는 서사가 많은 것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기본적으로 허허벌판에 세워진 나라이기 때문이다. 이는 아직도 그 허허벌판의 많은 부분이 허허벌판 그대로 남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곧, 미국은 여전히 ‘채워지지 않은’ 나라다, 어떤 의미에서든. 이런 걸 가리켜 ‘미성숙’, 또는 ‘미성년’이라고 한다. 그 결과가 지금의 국제정세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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