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의 영화 잡설(雜說)_151
CA751. 로버트 저메키스, 〈히어(Here)〉(2024)
가장 비좁은 곳에서 펼쳐지는 가장 기나긴 여정. 톰 행크스와 로빈 라이트가 그 거실에 등장하는 순간부터 영화는 자꾸만 〈포레스트 검프〉(1994)의 후일담처럼 읽힌다. 그들의 사랑이 마침내 이루어졌구나, 하는 새삼스러운 감회.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그들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사실의 확인에서 오는 안도감.
CA752. 야구치 시노부, 〈아드레날린 드라이브〉(1999)
죄 없는 사람한테 따라붙는 억센 행운은 어쩌면 이 세상이 진짜로 살 만한 세상인지도 모른다는 환상을 관객에게 심어준다. 하지만 이것이 단순한 허황함을 넘어서 대단히 위험한 상상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CA753. 수오 마사유키, 〈으라차차 스모부〉(1992)
인간은 어떤 것으로부터도 배울 수 있다. 요컨대 스모로부터도 배울 수 있다. 그러니 위대한 것은 스모가 아니라 인간이다. 아니, 인간의 DNA에 새겨져 있는 저 배울 수 있는, 나아가 배우려는 본능이다.
CA754. 사부, 〈포스트맨 블루스〉(1997)
내가 남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는 것만 한 기쁨이 또 있을까. 그래서 이 권태에 빠진 젊은 포스트맨은 제 목숨을 아낌없이 내던진다. 누군가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일의 기쁨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이 영화를 이해할 길이 없다. 그저 공감 능력이라는 기준만으로는 도저히 소극적으로 수긍할 수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없는 희생 본능.
CA755. 미이케 다카시, 〈오디션〉(1999)
모든 것이 악몽이었는지, 또는 아니었는지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은 문제다. 어쨌거나 그 악몽도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현실인 이상 우리는 그 악몽과 마주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단순한 만남이건 목숨을 건 대결이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