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의 영화 잡설(雜說)_177
CA881. 변혁, 〈인터뷰〉(2000)
인터뷰는 진실을 포착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못 된다. 그것은 단지 진실에 접근하고 있다는 착각을 인터뷰어에게 허락할 뿐이다. 결국 그가 매달리는 것은 한갓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그가 구원받기 위해서는 카메라를 걷어치우는 수밖에 없다. 이것은 〈블레어 윗치〉(1999, 에두아르도 산체스 & 대니얼 미릭)의 교훈이기도 하다.
CA882. 장이머우, 〈영웅: 천하의 시작〉(2002)
차이나(China), 진(秦)나라. 진시황(秦始皇). 천하통일. 이 대의명분 앞에서는 조국조차도 결국은 버릴 수밖에 없다. 그것은 대(大)가 아니라 소(小)이기 때문이다. 평생을 갈고닦은 무예의 귀재들이 이 한 가지 명분 앞에 초개처럼 제 목숨을 버리는 것은 과연 옳은가. 통일이 전쟁을 없앨 수 있다는 것, 그러니, 통일을 할 수 있는 왕을 죽여서는 안 된다는 것. 여기서 이상한 정치학이 작동한다. 결국 마지막의 승자는 정치가라는 것. 그들은 그 진시황이라는 정치가가 표방한 정치적 슬로건에 현혹당한 것은 아닌가. 하긴 역사는 통일을 이룬 자의 편이고, 그 통일을 이루는 과정에서 그가 저지른 모든 일은 그를 위해, 또는 통일이라는 명분을 위해 꼼꼼히 체계적으로 합리화되기 마련이다.
CA883. 박기복, 〈영매(靈媒)〉(2002)
한(恨)으로 짓눌린 사람들은 영매를 통하여 그 한을 풀고 살았다? 영매마저 없었더라면 이 땅에는 수많은 자살자와 실성한 자들이 넘쳐났으리라는 것. 영매란 그런 존재라는 것.
CA884. 마틴 스코세이지, 〈갱스 오브 뉴욕〉(2002)
뉴욕, 곧 미국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수많은 차이와 차별을 극복하는 과정이라고 하면 대단히 미화시킨 표현이 된다. 십자가를 앞세운 신부조차도 돼지를 가르는 식으로 사람을 칼로 찌르고 베고 자르는 만행을 자행하면서 그들의 존재 근거를 미국이라는 허허벌판의 땅 위에 만들어놓고자 날뛰어야만 했던 시절. 요컨대 미국은 죄악 위에 선 나라라는 전언, 또는 지적, 또는 선언.
CA885. 조엘 즈윅, 〈나의 그리스식 웨딩〉(2002)
그리스 결혼 문화에 대한 관찰. 단순한 멜로드라마가 아니라, 결혼 문화 자체에 대한 탐구의 서사. 결혼 문화를 탐구하다 보면, 민족성조차도 속절없이 조금씩 드러난다는 것. 요컨대 그런 문화적 차이를 드러나게 할 만큼 진지한 탐구, 또는 탐구의 진지함이 중요하다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