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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수 Jul 19. 2024

經(경)11. 윗사람이 예를 좋아하면 어찌 되는가?_1

  - 상호례즉민이사야 / 《논어》 〈헌문편〉 제44장

經(경)11. 윗사람이 예를 좋아하면 어찌 되는가?_1 / 上好禮則民易使也(상호례즉민이사야) - 《論語(논어)》 〈憲問篇(헌문편)〉 제44장

   《論語(논어)》 〈憲問篇(헌문편)〉 제44장의 ‘上好禮則民易使也(상호례즉민이사야)’라는 문장 역시 ‘子曰(자왈)’로 시작하는 공자님 말씀입니다. 아주 짤막하지만, 여기에 담긴 뜻은 매우 엄중하지요.

   저는 ‘상/호례즉/민/이사야’ 정도로 끊어 읽고, 번역은 다음과 같이 합니다.

   ‘윗사람이 예를 좋아하면 백성이 수월하게 부려진다.

   차례로 보면, 여기서 문장 맨 앞의 ‘上(상)’자는 그냥 ‘위’라고 번역하는 경우도 있고, ‘임금(왕, 군주)’ 정도로 번역해도 문의(文意)를 해치는 느낌은 아닙니다. 저는 보편적인 느낌을 살리고자 ‘윗사람’이라고 번역한 것입니다.

   ‘好禮(호례)’에서 ‘好(호)’는 형용사로 ‘좋다’라는 뜻이지만, 동사로는 ‘좋아하다’라고 새길 수 있는 글자니까, 뒤의 ‘예도 례(禮)’자가 명사로 목적어 구실을 한다고 보면 ‘好禮(호례)’는 ‘예를 좋아하다’라고 쉽게 번역할 수 있겠습니다.

   이 ‘禮(예)’자를 ‘예의(禮儀)’, ‘예도(禮度)’, ‘예절(禮節)’, ‘예의범절(禮儀凡節)’, 또는 ‘규범(規範)’ 따위로 번역할 수도 있겠지만, 이 ‘禮(예)’는 워낙 중요한 개념어라서 그냥 ‘예’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역시 매우 중요한 개념어인 ‘仁(인)’을 굳이 ‘어질다’라고 풀어 번역하지 않고, 그냥 ‘인’이라고 하는 것처럼요. 물론 지금 추세가 그렇다는 이야기지, 달리 번역한다고 틀린 것은 아닙니다.

   다음의 글자(則)는 ‘법칙 칙’이지만, 실제 한문 문장에서는 명사로 ‘법칙’이라는 뜻보다는, 앞뒤 인과관계를 의미하는 부사로 ‘즉’이라고 읽고 ‘~면’으로 번역하거나, 가정문의 접속사로 역시 ‘즉’이라고 읽고 ‘만일 ~한다면’으로 번역해야 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여기서 저는 이 ‘則(즉)’자를 인과관계를 뜻하는 부사로 보아 ‘~면’으로 번역했지만, 가정문의 접속사로 보아서 ‘만일 ~한다면’으로 번역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上好禮則(상호례즉)’은 ‘만일 윗사람이 예를 좋아한다면’이라고 번역할 수 있겠지요.

   문제는 ‘民易使也(민이사야)’입니다.

   여기서 ‘백성 민(民)’자 바로 다음에 온 글자(易)는 ‘바꾸다’라는 뜻이 아니라 ‘쉽다’라는 뜻이므로 ‘역’이 아니라 ‘이’로 읽는다는 것만 주의하면 되겠습니다.

   ‘易(이)’자 바로 뒤의 ‘使(사)’자는 ‘~에게 ~하도록 시키다’라고 풀이되는 조동사가 아니라, ‘부리다’라는 뜻의 동사로 쓰였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하여 대개는 이 ‘民易使也(민이사야)’에서 명사인 ‘백성 민(民)’자를 동사인 ‘부릴 사(使)’자의 목적어로 보아서 ‘백성을 부리기가 쉽다’ 정도로 번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까 이 번역을 기준으로 글자들의 배열 순서를 바로잡으면 ‘使民易也(사민이야)’가 되는 것이지요. 그럼 ‘使民(사민)’이 주어가 되고 ‘易也(이야)’가 서술어가 되는 셈입니다. 그래서 ‘使民(사민)이 쉽다’, 곧 ‘백성을 부리기가 쉽다’ 또는 ‘백성을 부리는 것이 쉽다’라고 번역할 수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저는 원문의 글자 배열 순서를 존중해서 차례대로 ‘백성이 수월하게 부려진다’라고 번역합니다. 그러니까 저의 번역은 능동형이 아니라, 수동형 문장인 셈입니다. ‘부리다’를 ‘부려지다’라고 했으니까요.

   따라서 이때 ‘易(이)’는 형용사로 ‘쉽다’가 아니라, ‘부리다(使)’를 꾸며주는 부사로 ‘쉽게’가 되는 것이고요. 저는 이걸 조금 멋스럽게 살짝 ‘수월하게’라고 바꾸었습니다.

   이런 점들을 다 고려하여 저는 전체 문장을 다음과 같이 번역하는 것입니다.

   ‘윗사람이 예를 좋아하면 백성이 수월하게 부려진다.

   이 문장은 번역문 자체보다도 그 속뜻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이 점에 대하여 다음 글에서 톺아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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