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이야기 ①
과거와 달리, 현대인의 생산적 활동 대부분은 책상과 의자에서 일어난다. 인간은 책상 앞에 앉아 사유하고 창조한다. 어떤 면에서 사유의 기원은 인간의 머리가 아니며, 책상과 책상 위에 놓인 종이와 펜이야말로 그것의 진정한 기원이다. 책상과 의자의 발명은 지금의 문명사회를 만든 원동력인 셈이다.
책상 중심의 작업공간에서 우리는 무엇을 더하고 빼야 하는가?
약간의 과장을 보태자면, 이 질문은 인류의 미래를 결정하는 심각하고도 중대한 본질을 함유하고 있다.
먼저 책상이 어디에 놓여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책상의 앞에 벽을 두는지 아닌지에 따라 작업공간의 분위기는 크게 달라진다. 각자 나름의 장점이 있다. 책상 앞의 벽에는 영감을 주는 그림을 걸거나, 메모, 달력 등을 놓을 수도 있다. 공간의 중심에 책상을 배치한다면, 생각의 한가운데에 앉아 모든 사항을 확인하는 관조자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멍때리는 걸 좋아한다면 창문 앞에 책상을 둘 수도 있다. 창밖을 내다보며 멍하니 앉아있다보면 단조로운 일상을 꿰뚫어버릴 날카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그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까지 얼굴에 정면으로 내리쬐는 햇볕과 그에 수반되는 주근깨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일이 잘 처리되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 것은, 실제로 그것이 잘 처리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가로 1600mm, 세로 1200mm 남짓한 공간에 작업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제 위치에 있다. 필요한 서류는 바로 뒤에 오름차순으로 꽂혀있다. 책상 위에 가지런히 정리된 필기구와 노트, 무선키보드와 마우스를 봄으로써 우리는 모든 일이 깔끔하게 해결될 것 같은 심리적 안도감을 얻는다. 정리정돈의 미학은 그 스스로가 질서와 무결점을 지향한다는 점에 있다. 그런 면에서 정리정돈은 효율성이라는 현대인의 강박증 완화에 특효약이다.
오브제를 더한다고 해서 늘 작업공간의 개선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책상 위의 노트북 하나만으로 완벽해지는 순간이 있다. 언제나 우리의 출발은 제로베이스다. 그러나 몇 가지 오브제를 더함으로써 분위기의 전환을 꾀할 수도 있다.
칠판만큼 창의적 작업공간과 어울리는 오브제는 드물다. 칠판에 수기로 쓰인 일정과 생각들은 정적인 텍스트의 고정관념을 부수고, 스스로 얼마나 활력이 넘칠 수 있는지 과시한다. 대형 보드는 우리가 가진 무한한 아이디어를 외적으로 구현하고 생명력마저 부여할 수 있다.
작업공간에 빠질 수 없는 오브제 중 하나는 조명이다. 눈썰미 있는 독자라면 눈치챘겠지만, 지금까지 제시된 인테리어 사진 대부분에는 조명장치가 존재한다. 다양한 디자인의 조명장치는 소유자의 개성을 온전히 드러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조명은 우리가 생산성을 높일 수 있게 밤샘작업을 돕는 친절한 감시자의 눈빛이기도 하다.
때로는 그림과 사진을 벽에 걸어놓을 수도 있다. 전시회에서 감명 깊게 본 작품, 엽서, 혹은 여자친구의 사진에 이르기까지, 개인에게 영감을 주기만 한다면 이것들 역시 작업공간에 어울리는 오브제이다.
인간의 사고체계는 환경과 복잡하게 상호작용하기에, 작업환경은 일의 효율을 결정짓는 핵심요소로 작용한다. 이 글이 당신의 작업공간을 단순히 예쁘게 꾸미도록 돕지 않기를 바란다. 당신의 일의 능률을 높이고 영감을 주는 데 도움이 되기를.
2015년 더 도무스에 기고했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