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이야기 ②
하루 일과를 마친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한다. 포근한 소파와 침대, 좋아하는 그림, 며칠 전부터 읽고 있는 책들. 이런 것들이 기다리고 있기에 우리의 삶은 행복하다고 느껴진다. 이렇듯 집은 우리의 정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아름다움은 행복의 약속이다.
스탕달은 이런 말을 남겼다. 행복한 삶을 살고자 한다면, 집은 아름다워야 한다. 인테리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인류에게 주어진 정언명령인 셈이다.
인테리어는 바로 지금,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상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하는 거실은 우리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선과 면의 직선적 배열, 불필요한 색채를 배제한 흑백과 원목의 조화. 이들은 한목소리로 격무에 시달려 머리가 지끈한 당신에게 단순해지라고 조언한다. “Less is more.” 단순한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 지긋이 일러주면서 말이다.
때로는 유머도 필요하다. 관료적인 직장에서 벗어나 가끔은 천진한 어린아이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장식은 범죄라고 했던 모더니즘 기수들의 말은 잠시 접어두도록 하자. 원색적 색감, 곡선적 요소의 도입, 익살스러운 오브제와 그림 등은 그러한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집은 우리에게 부족한 요소들을 채워주거나, 숨겨둔 욕망을 표출시켜 주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여행을 정말 좋아하지만, 바쁜 일상으로 그 소망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에도 인테리어는 유효하다. 거실에 걸린 세계지도, 트렁크를 연상시키는 테이블, 떠나라는 각종 문구는 우리에게 대리만족을 줌과 동시에 모종의 결단을 내리도록 부추긴다.
내가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결국 이것을 자문함으로써 인테리어는 시작된다.
거실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소파와 테이블, TV, 혹은 사운드 시스템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중 가장 큰 존재감을 가지는 것을 선택하라 한다면 난 주저없이 ‘책’을 꼽을 것이다. 책은 방 어딘가에 고이 모셔져 있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어디에나 있어야 하며, 특히 거실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해야한다. 자연스럽게 독서를 하게 되는 것은 덤이다. 책으로 가득 채워진 거실은 모딜리아니의 누드화가 걸린 회랑만큼이나 관능적이지만, 그 관능성은 사변적 요소로 위장한 채 은폐되어 있다 .
거실에 놓인 ‘1인 소파’는 대형 소파와는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허리를 뒤로 깊숙히 기댈수록 우린 외부와 단절된 사유의 세계에 빨려들어간다. 그렇게 소파에 구축된 독자적인 세계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책을 읽으며 즐기는 휴식은 집이 선사하는 최고의 선물이다.
이처럼, 인테리어는 단순히 예쁜 물건을 구매하고 배치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인테리어는 이상화(Idealization)의 산물이자, 그것이 구현하는 내적인 특성을 닮고자 하는 노력이다.
2015년 더 도무스에 기고했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