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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비스톤 Jun 07. 2023

나 그대에게 드릴 말 있네 2

개구리 울음소리가 그쳤다

  억!  이게 아닌데...

책에서 읽었던 건 이게 아닌데...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녀가 입을 꼭 다물고 꼼짝 하지 않고 서있었다. 책에서는 그녀가 내 허리를 안든지 밀어 내든지 둘 중 하나였는데...

그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학교에서 배운 삼역학, 고등수학을 번개처럼 떠올려도 해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어떡하나...

달빛 아래 두 고목나무가 5초쯤 입술만  붙인 채 멀뚱멀뚱 서있었다.

잠시 후 맥이 빠져 허리를 감쌌던 손을 스르르 풀었다.

요란했던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모두 숨죽여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나 보다.

    

  방으로 돌아오니 친구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 어디 갔다 온다고 이리 늦었노?” 종호가 끈적한 목소리로 물었다.

“으응, 좀 걷다 왔다” 메마른 목소리로 내가 대답했다.  

“밤에 볼 것 있더나?” ‘아니 이 ’. “뭐... 달빛도 좋고 별빛도 좋고”

“ 거기서 뭐 했는데?” ‘이 자식을 그냥 콱’. “ 음악 얘기도 하고 윤동주 얘기도 하고...”

방안의 눈동자 열여섯 개가 웃고 있었다.   

 

  잘 시간이 되었다. 남자 다섯, 여자 다섯이 따로 누웠다. 내가 남자 끝에 눕고 미셀이 여자 끝에 누워 서로 옆에 눕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종호가 자기 짝 옆에 벌렁 누워버렸다. 종호에게 물병을 던지고 싶었다.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그녀가 분명히 ‘스톤씨, 사랑해요' 외쳤고,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라고 말했는데 왜 그랬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녀는 잠이 들었을까...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는데 종호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녀의 가냘픈 숨소리도 들리는 듯했다. 내 코에서 나오는 씩씩 소리는 억지로 밀어 넣었다.  


코 고는 소리, 쌔근거리는 소리, 씩씩대는 소리는 개구리 울음소리와 함께 합창이 되어 달빛 속으로 퍼져갔고 밤도 깊어만 갔다. <끝>


사진 출처: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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