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찢어진 달력 속에서
엄마의 엄마의 엄마는
무엇인가를 오래 씹고 있었다
피비린내는 사라졌지만
눈동자만은 남아
다음 세대의 얼굴을 닮아간다
광장에는 해마다 같은 문장이 세워지고
누군가는 또박또박 읽는다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문장을
조금 더 굵은 글씨로 받아 적는다
숫자는 벽에 박히고
그 위에 또 다른 숫자가 겹쳐진다
신화는 이름을 바꾸고
신은 기념일이 되고
자연은 교과서 속 그림이 된다
그래도 사람들은 말한다
이번에는 다르다고
나는 공책 맨 끝장에
오늘의 날짜를 적는다
적고 나서야
작년에도 같은 말을 들었다는 걸 떠올린다
지우지 않는다
그 위에
조금 더 진하게 덧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