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는 자리에서
폐허는 천천히 중심이 된다
벽은 안쪽으로 무너지고
바람은 이름을 잃는다
나목 위를 기어오르는 고양이
그 느린 등뼈가
하늘의 금을 따라 올라간다
아무것도 길들여지지 않은 채
살아 있는 것들은
서로의 숨을 갉아먹으며 버틴다
갈비뼈 사이에 핀 곰팡이
그 검은 무늬가
안쪽에서 별자리처럼 번진다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시작된 균열
보이지 않는 곳으로 더 내려가면
심장은 방향을 잃고
그때
풀을 뜯던 사자가
고개를 든다
눈동자 속에서
세계가 접히고
당신은
삼켜진다
비명은 없고
피도 흐르지 않는다
속도가 바뀔 뿐
그날 이후
하늘은 위를 잃고
아래는 깊이를 잃는다
죽은 자들은 깨어나지 않고
산 자들은 죽지 못한다
모든 것은
끝나지 않는 중간으로 남는다
달아나는 달팽이의 껍질 위로
비가 내리고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이름들이
젖은 흙 속에서 부풀어 오른다
그리고
마침내
빛이
스스로를 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