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의 완성

by 김준완


​두 발로 걷는 것들의 위태로운 사랑을 말하자.
내 눈동자 깊은 곳엔 언제나 네가 먼저 고여 있으니
지상의 짐승이나 날개들이 나눈 사랑 따위는
잠시 접어두기로 하자.

​공원 벤치에 웅크린 비루한 생애 말고,
오직 너와 나의 탐닉만 기록하자.

​나는 줄곧 상상하지.
창백한 손목이 허공에서 춤춘다고 사랑이 맺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가느다란 뼈마디가 피를 흘리거나 눈물을 쏟는다고
끝이 나는 일은 더더욱 아니라고.

​진정한 사랑이란,
손목이 날마다 조금씩 투명해져
마침내 공기 속으로 완전히 증발하는 것.
한쪽이 형체도 없이 지워지기 전까지
우리는 서로를 사랑했다고 말할 수 없는 거야.

​그 하얀 관절을
광기 어린 시선으로 탐했던 밀물의 시간들.
살결이 연기처럼 흩어진 뒤에야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보드카를 들이켜며
파멸의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는 거야.

​박제된 기억 말고,
지워지는 것들만이 오래 남는 법.

​너를 이대로
증발시킬 수 없는
나의 손목이 아직 선명하게 남아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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