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두 발로 걷는 것들의 위태로운 사랑을 말하자.
내 눈동자 깊은 곳엔 언제나 네가 먼저 고여 있으니
지상의 짐승이나 날개들이 나눈 사랑 따위는
잠시 접어두기로 하자.
공원 벤치에 웅크린 비루한 생애 말고,
오직 너와 나의 탐닉만 기록하자.
나는 줄곧 상상하지.
창백한 손목이 허공에서 춤춘다고 사랑이 맺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가느다란 뼈마디가 피를 흘리거나 눈물을 쏟는다고
끝이 나는 일은 더더욱 아니라고.
진정한 사랑이란,
손목이 날마다 조금씩 투명해져
마침내 공기 속으로 완전히 증발하는 것.
한쪽이 형체도 없이 지워지기 전까지
우리는 서로를 사랑했다고 말할 수 없는 거야.
그 하얀 관절을
광기 어린 시선으로 탐했던 밀물의 시간들.
살결이 연기처럼 흩어진 뒤에야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보드카를 들이켜며
파멸의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는 거야.
박제된 기억 말고,
지워지는 것들만이 오래 남는 법.
너를 이대로
증발시킬 수 없는
나의 손목이 아직 선명하게 남아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