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마시고 바다를 죽였다

by 김준완


햇빛은 새벽,
내가 알지 못하는 바닷가에서
이미 빛나고 있을 텐데,

며칠을 앓던 고민 끝에
나는 바다를 죽이고 말았다.

바다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파란빛의 근거를 묻던 시절과
대놓고 수평선 앞에 서서
“나보고 어쩌란 말이냐, 정말 어쩌란 말이냐”
사발 같은 울음을 쏟아내던 때도 있었다.

이놈의 바다, 이놈의 인생.
바닷물처럼 푸른 잉크로
책 한 권을 쓰겠다던 다짐도 있었다.

배신감은 어느 저녁,
막걸리를 마신 뒤 찾아왔다.
정치(政治)를 읽다가 문득 꽂힌 한 문장
“물속의 고기는 자신이 물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국가라는 거대한 어항 속에 갇혀
지느러미가 닳아가는 줄 모르는 우리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바다를 용서할 수 없었다.

그대로 둘 수 없는
국가와 바다를 향해
나는 장렬히 전사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들이켰다.

막걸리 마지막 한 잔이 목구멍을 넘어갈 때,
자고 나니
바다가 먼저 죽어 있었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