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하는 습관

by 마루


난 메모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다른 사람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많든 적든 나만의 메모 습관이 있다. 언젠가부터 그 습관을 지니게 됐다. 나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천천히 조금씩 생각이 떠오르면 다행인데, 폭포처럼 생각들이 쏟아질 때가 있다. 그렇게 되면 과부하가 걸려 내게 떠오른 생각들이 얽히고 부서지고 지워지기도 한다. 특히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채 몇 분이 되지 않아 잊어버리게 되거나 떠올리고 싶어도 절대 떠오르지 않던 경험들이 있어서 그게 그렇게 아쉽고 안타까웠다. 이러한 내 경험들 탓에 메모 습관이 생성된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어느 순간 본능적으로 떠오르는 생각들이나 계획들을 적기 시작했으니까. 맥락도 없이 일단 적고 본다. 정리는 적고 나서 해도 늦지 않으니까.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은 절대 순차적이지 않아서 일단 적고 나면 훨씬 정리하기가 수월하다. 일정이나 계획도 마찬가지다. 내일이나 당장 오늘 해야 할 것들인데 그게 무엇이었는지 떠오르지가 않으면 난감하고 골치 아프다. 시간이 지나고 떠오르게 되면 이미 늦은 경우도 허다하다. 좋은 아이디어든 계획이든 일단 적는 습관을 가진 뒤에는 깔끔히 정리정돈된 방에서 아침 햇살을 느끼며 차 한 잔 마시는 기분으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삶이라는 방이 정리가 되고 비워지면 채워야 할 소중한 것들만 채우면 되니까 말이다. 또한 메모하는 습관은 나중에 생각했을 때, 기억이 나지 않는 순간들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글을 쓰다가 ‘여행’이라는 주제에 관해 쓰려고 할 때, 내가 여행 갔던 곳에서의 기억들이 생각이 나질 않을 때 그 당시에 내가 적어놓았던 메모를 꺼내어 보면 어렴풋이 점점 기억이 살아나서 글을 쓸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메모는 다시 말해 ‘기록’이다. 어떠한 것이든 자신만의 기록을 남기는 것이 된다. 지식이든 추억이든 그저 한 단어일지라도. 그렇게 남겨놓은 기록은 심어 놓은 씨앗과도 같다. 생각은 씨앗이며 물을 주는 행위는 메모하는 행동이다. 기록하는 것까지 이미 물을 준 것과 다름없다. 나중에 필요할 때 혹은 그저 보고 싶을 때, 자라난 식물을 바라보며 되새길 수 있고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메모하는 습관은 나쁘지 않으며 한 마디로 말할 수 있다면 좋은 편이다. 그 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계속해서 유지하라고 말하고 싶다. 만약 가지고 있지 않다면 한 번 시도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평소 잘 기억하는 편이라면 예외지만. 나의 경우엔 금방 까먹는 기억 회로 때문에 적어두는 습관이 생겼으니. 그게 무엇이든 내가 기억해야 하는데 기억하지 못할 것 같은 것들을 무조건 적어둔다. 언젠가 내 삶에 도움이 될 수 있고 내 글들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들일 수 있으니까.


사소한 것에서부터 중요한 계획들까지.

단어에서부터 문장까지.

느꼈던 감정이나 생각들.

좋아하는 드라마, 영화. 마음에 드는 대사.

책의 구절. 사람들과 대화하다가 들었던 기억에 남는 말들.

오늘의 할 일, 언젠가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




keyword
팔로워 8
매거진의 이전글남겨진 흔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