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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의 레고 블록

by 마루


기억의 저편에서 그날의 가을을 떠올려본다. 지금보다는 여름과 겨울이 살만했던, 가을의 경계가 무던히 명확했던 시절이다. 거리의 나무에 잎이 차례대로 떨어지게 되면 그 찰나의 순간마다 나무의 생명이 위태로워지는 것만 같다. 풍성한 잎이 나무를 존재하게 하는 듯 보여 강렬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는 것 마냥.

있던 것에서 없는 것으로, 없던 것에서 있는 것으로의 변화는 결결이 일어난다. 그 아이의 레고 블록이 그랬던 것처럼.

어린이집에서 그 아이를 보았다. 아이들이 흔하게 가지고 놀던 장난감 사이에 섞여있던 레고 블록. 그것은 어느덧 아이의 눈을 사로잡는다. 다음 날에 그 장난감은 없었다.

레고 블록은 그 아이에게 없던 것에서 있는 것으로의 변화를 가져온다. 나무의 잎이 존재하다가 소멸하고, 다시 탄생하는 계절의 생명력으로 순환할 때 그 아이의 그날도 무언가를 강력히 끌어안으려 했던 순간인 것일까. 자신에게 없는 무언가를, 손에 쥔 레고 블록으로 하여금 충족하려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 아이를 마주한 그날의 가을은 레고 블록을 간직한 이유를 알 수 없어 채워지지 않는 목마름으로 각인된다.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결핍이 낳은 행동이라면 그 결핍은 다른 타자나 존재로부터 생성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건 질투일까. 결핍은 질투에서 비롯되는 것일지도 모르니까.

어린 시절에 비해 성인이 된 어른은 원하는 대상조차 하늘과 땅 사이의 간극 사이를 메우지 못할 만큼의 거리감이 있다. 성인이 된 그 아이의 갈망은 지금쯤 무엇이 되었을까. 그 아이의 결핍은 어떤 형태로 변모해 있을까. 그 아이의 레고 블록은 여전히 손에 붙들려 있을까.

바람이 나무를 스치듯 기억의 향이 감각의 끝을 스친다. 완연한 가을이란 없을 것 같기에 언제나 열린 결말로 서성일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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