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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메리 크리스마스

by 마루


겨울이 다가오면 추위에 떨며 채 다 마르지 못한 물기 머금은 머리카락과 함께 학교를 가기 위해 거리를 걷던 그때, 수업시간엔 졸음을 참지 못하고 힘에 겨워 쓰러지려는 몸을 간신히 일으키려 노력하지만 쉬는 시간만 되면 친구들과 매점에 갈 힘이 생겨나는 그때, 하교하던 길에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분식을 먹곤 하던 그때. 아름다움은 옅어지지 않고 더욱 짙어져 가는 게 맞는가 보다. 이미 지나간 시간들이지만 확실한 채색으로 물들여지기만 하니까. 지금도 여전히 아름다움으로 물들여져 이 겨울을 지나고 있다.

그때의 친구들과 12월의 연말이 되면 항상 하던 일이 있었다. 어떤 날인지, 무엇을 하는 날인지도 모르면서 그날만 되면, 아니 몇 주 전부터 이미 설렘과 환희로 가득 찬 우리들이 불빛을 밝히며 존재하고 있었다. 크리스마스에 우리는 시내로 나갔다. 그리곤 약속을 한다. 시간을 넉넉히 정해놓고 각자 흩어졌다가 모이기로 한다. 서로를 위한 선물을 하나씩 구입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저마다의 선물을 골라 손에 쥔 채 시간에 맞게 모이게 된다. 여러 개의 선물이 쌓인 채로. 그중에서 무작위로 선택을 하여 서로가 서로에게 선물을 전달하게 된다. 그런 방식으로 나눠가지는 선물 교환은 고르는 과정에서 받는 과정까지 그 재미가 이어져 인상 깊게 남는다.

크리스마스의 겨울은 유난히도 추운 날씨인데, 선물 교환의 행위를 하다 보면 추운 줄도 모르고 기꺼이 열심히 참여하게 된다. 너와 나를 이어주는 우리의 기념행사다. 그날의 순간만큼은 겨울의 차가움이 우리의 따스함을 뚫지 못한다. 차가운 공기가 그 벽을 부수려고 할 때마다 더욱 서로의 팔을 끌어당겨 하나의 원을 만들어냈다. 그 하나의 원 속에서 주면서 얻는 행복과 받으면서 얻는 행복이 동시에 깃드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빛을 발산한다.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을 선물과 함께 포장하여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무언가를 위해 무언가를 하는, 목적의 방향으로만 나아가는 요즘의 나날 앞에 살포시 그 수많은 날의 선물을 얹어본다. 바라는 건 단지 벅찬 마음이었다고, 그 벅참 안에 고마움과 미안함, 사랑과 용서가 가득했다고, 넌지시 건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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