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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명 Apr 20. 2021

오색으로 칠하여 본다 -02

다양한 색깔과 독특한 물성이 공존하는, 오색칠에 대한 리뷰

-공간의 전환-


온난한 분위기와 감각적 물성이 공존하는 1층에서의 감상을 마무리하고 지하로 향한다. 지하로 내려가는 길은 카페의 입구와 가장 가깝게 위치해 있다. 사실 이 카페를 들어서며 마주하게 되는 첫 상황은 밑으로 내려가거나 지상에 있을 수 있는 양갈래 길 앞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보이는 곳과 숨겨진 곳이 나누어진 공간이라는 메시지가 전달되며, 보이지 않는 지하로 향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이 우리에게 주어진다. 



식물, 콘크리트, 특수처리 금속, 3가지의 메인 재료가 내려가는 길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공간의 정체성을 일관되게 부여하고자 했던 노력 이리라. 그리고 계단을 내려가면서 설치된 와이어와 식물들 사이로 숨겨진 공간과 기물들을 엿볼 수 있다. 동선을 따라 걸으며 시선이 닿는 곳 하나하나에 재미가 더해진다.


몇몇 건축가들은 좋은 공간을 평가하는 기준 중 하나로써 가능성을 말한다. 한눈에 공간 전체의 모습을 느끼게 하는 매력과는 달리, 추가적인 동선을 만들어 놓거나 의도적으로 시야를 제한시켜 이동할 다음 공간을 상상하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종로 익선동의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는다고 생각해보자. 길의 모퉁이를 돌 때마다 매번 새로운 상점들과 다른 얼굴의 골목들을 마주하게 된다. 다가올 다음에 대해서 기대해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오색칠이 제공하는 동선은 우리를 기대할 수 있게 만든다. 주어진 길을 따라 이동하며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을 보게 될 흥미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중앙에 놓인 긴 테이블에도 특수 코팅된 금속이 사용되었고, 노트북 작업을 위한 배려가 잘 되어 있다.

- 다름의 진정성 -


위층에서 볼 수 있었던 기둥과 따뜻한 색온도는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전혀 다른 물성의 재료를 사용했다. 벽돌이다. 건축에 사용 가능한 많은 자재들 중에서도 특히 클래식한 재료인 벽돌로 지하 공간의 베이스를 이루었다. 그것도 상당한 양으로 말이다. 바닥부터 벽까지 촘촘하게 구성된 벽돌의 모습은 차분함과 안정감, 부드러운 힘을 담고 있다. 1층에서는 날것의 느낌으로부터 힘이 보였다면 지하의 것은 분명 다른 뉘앙스이지만 비슷한 온도를 유지하며 우리에게 다가온다. 분위기를 전달하는 건축적 어법인 것이다.


이로부터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어떤 결과물을 감상하는 과정에서 작은 울림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그 울림은 우리 마음에 물결을 일으키며 영감의 원천이 되거나 순간을 풍부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러한 울림, 즉 가치는 어디서 비롯되는 걸까? 아마 언가를 표현하려는 의적인 시도와 그것을 구현하는 과정에 담긴 노력의 진정성이 아닐까 생각한다.


개인의 진정성과 창의력은 특정한 결과물을 세상에 내보이고, 우리는 그 결과물을 통해 그들이 가진 생각과 관계한다. 비슷한 과정으로써 우리는 만들어진 공간을 방문하고 그 현장에서 공간과 관계한다. 신선한 인테리어의 카페나 전시장 등 인기 있는 문화공간에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 사람들이 스스로 찾으며 즐기러 가게 되는 지속성의 원천은 결국 진중한 의도로부터 생겨난다. 방문하고 소비하게 될 사람들의 입장을 고려한다면 사람들은 그 진정성을 알아본다. 경험을 통해 얻는 효용과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나의 공간은 대중의 마음에 자리매김하게 된다.


지난 달에는 영화를 상영했었고, 이번 달에는 전시 공간으로 활용 중인 모습이다

- 반전 속 반전 -


벽돌이 주는 분위기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이 공간의 기획자는 브라운 톤의 벽돌로만 가득 찬 지하 공간은 오색칠의 매력으로써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1층과는 다른 반전이 지하공간이었다면 그 공간 안에서도 반전이 되는 요소를 추가했다. 바로 조명이다. 내려오는 계단의 바로 밑쪽인 지하 공간은 전체적으로 넓은 형태인 홀과는 달리 약간 떨어져 다소 좁고 프라이빗한 느낌이 든다. 그곳에 큰 거울과 분홍&보라색 조명을 배치하였다. 방문한 사람들은 독특한 시각성에 끌려 자연스럽게 안쪽 모습을 들여다보게 된다. 



보았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울 앞을 포토존 삼아 활용한다.

맞은편에 위치한 하나의 화단에는 자연광과 3가지 색깔의 인공광이 섞이며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쁘장한 감성이나 화려한 시각성은 대중을 단기간에 사로잡을 수 있다. 그러나 어딘가 따라한 것만 같은 엉성함이나 애매함이 느껴진다면 사람들은 그리 오래 눈길을 주지 않는다. 찾아갈 수 있는 더 좋은 장소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색칠은 그럴 걱정이 없다. 비슷비슷한 골목길을 걷는 도중 오색칠을 방문하고 나올 때면 잠시 새로운 세계에 머물다 나온 듯 한 기분이니 말이다. 공간이 주는 고유한 매력을 감상하는 일은 즐겁고 시간을 금세 흘러가게 만든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도 방문해볼 가치가 있는 공간이라 적극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다. 오색 찬란한 이 곳에 본인만의 감상을 덧칠해보시라!



장소: 오색칠(OSECHILL) / 카페, 디저트

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토정로 5길 17 1층

시간: 매일 11:00~20:00

연락처: 02-322-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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