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명 Dec 21. 2021

자유와 일을 위한 공간

편안한 융합, 코사이어티

융합, 둘 이상의 요소를 합쳐 새로운 하나를 만들어내는 이 개념은 현 사회에서 다양한 콘텐츠와 사업의 모습으로 부상하고 있다. 가령 온오프라인이 통합된 플랫폼 비즈니스, 전문가들의 유튜브 활동, 사진과 글이 합쳐진 디지털 콘텐츠 등 일상에 만연하고 소비되는 것들의 대부분이 융합의 형태를 띤다.


지역 혹은 공간의 관점에서 융합을 바라본다면 떠오르는 곳이 있다. 바로 성수동, 오래된 공장 및 주택들이 현대적 감각의 옷을 입고 태어나 변모하는 지역이다. 거리에 가보면 철을 절단하는 소리를 듣고 낡은 수제화 집들을 볼 수 있다. 반면 소위 말하는 핫플들은 간판을 걸지 않아도 온라인 바이럴을 타고 사람들을 유입시키며 확장 중이다. 이러한 현상 모두 옛 것과 새로움의 융합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또한 매력적인 문화를 넘어 스타트업과 지식산업센터 유치 등 특정 산업군의 진입과 투자 매력도의 측면에서 성수는 높이 평가받는다. 주택들이 밀집된 한강변 구역은 한강 조망권과 서울숲세권의 이점이 결합된 재개발이 예정되어 있다. 낮에는 북적이나 저녁에는 한가했던 성수동도 이제는 직주근접의 범위를 넓히며 성장의 규모를 대폭 늘려가는 상황이다.


이렇듯 성수에는 여러 가지 욕구가 집합되는데, 그중 핵심은 새로움을 추구하는 문화적 욕구이다. 다양성을 발견하고 영감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공간으로 모인다. 그렇게 융합된 공간 안에서 사람들의 교류가 일어나고 그들의 감상은 여러 채널에서 확산되기 시작한다. 이러한 동력은 더 많은, 더 좋은 공간 창조로 이어지는 단초가 될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하나의 공간이 있다. 사람과 문화를 '모으는' 성수의 핵심적 특징과 결을 같이 하는 이다. 이름은 코사이어티, '함께(co)와 사회(society)'의 의미 구조를 갖는 브랜드이다. 자유로운 연결과 공동체적 확장이라는 목표를 둔다. 또한 누군가의 일을 돕기 위한 플랫폼이자 문화, 유대, 휴식 등의 가치를 융합하고 지향하는 곳이다.



서울숲역을 나오자마자 보이는 주황색 간판과 안쪽으로 길게 뻗은 동선이 우리를 안내한다. 숨겨진 모습으로 인도하는 짧은 길은 거친 회색벽면으로 우리를 감싼다. 성수동의 공업적인 이미지에 새로움을 덧칠한 감각이다. 골목길의 끝에 드러나는 파사드, 창고형 건물인 듯 오피스인 듯 단정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관이다. 반면 넓은 벽면들과 어울리는 단순한 조경과 목재 테이블 구성이 여유와 편안함을 전달한다.




공간 그리고 흐름


본 글의 전개 방향이자 필자가 느낀 공간의 대표적 특징은 바로 시퀀스, 즉 순서이다. 코사이어티는 기존 4개의 폐건물을 리모델링하여 각 건물에 심미성과 기능성을 다르게 부여했다. 앞서 보았던 골목길부터 시작해 공개된 B와 D동을 거닐 수 있다. 특히 각 동 내부와 연계된 길 사이에서 디자인적 세심함을 발견하는 것이 묘미이다. C동은 복합 문화행사, A동은 미팅룸과 오피스로 회원제 및 대관 등의 방식으로 이용되고 있다.


문을 열고 내부에 들어서면 널찍한 공간감에 시선이 크게 환기된다. 지붕과 외벽의 구조를 그대로 활용해 천장은 높고 폭은 넓은 공간을 확보했다. 목재로 마감된 천장과 온난한 조명의 조화는 따스하고 편안한 색감을 구현한다. 특히 감상에 있어 인상적인 점은 통창 밖으로 보이는 계절감이다. 실내에서 외부의 자연과 밀접하게 관계할 수 있는 이곳의 방식이 작은 혜택으로 다가온다. 공간의 흐름을 부각하는 코사이어티가 본인들의 공간을 시간과 계절의 흐름 속에 위치시킨 방법을 택한 덕이다.



조금 더 안쪽엔 작은 도서관을 표방한 듯 여유로이 독서할 수 있는 라운지를 구성했다. 가지런히 정렬된 책 한 권 한 권엔 사람의 견해와 지식이 담겨있다. 배치해둔 책들은 방문자에게 전달된다. 본인이 직접 타인의 통찰을 경험해보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큐레이션이다.




앞서 나무가 보였던 통창 방향으로 계단을 반 층 오르면 숨겨진 다락(Darak)이 나온다. 통기타와 만화책 등 놀이할 수 있는 콘셉트와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는 다락방의 구조가 흥미롭다. 같은 공간 안에서 층을 나누어 사용자들이 다른 경험을 얻고 즐길 수 있게끔 배려한 것이다.




옛 흔적 사이 자연의 감각


잘 구성된 내부만큼이나 방문자에게 편안함을 전달하는 것은 잘 꾸며진 중정이다. 각 동을 잇는 동선의 중앙에 위치해있고, 하늘을 향해 완벽히 개방되었지만 오히려 프라이빗한 느낌을 준다. 모든 면이 벽과 나무로 둘러진 덕에 외부의 시선이 침투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정의 바깥을 따라 놓인 동선을 천천히 돌며 안쪽의 정원에 시선을 집중된다. 건축적 어법을 느끼는 지점이다.


또한 옛 건물의 흔적을 그대로 보존했다. 자연환경에 그대로 노출되어 드러난 날것의 질감과 어두운 초록색으로 낀 흔적들이 그러하다. 새로움의 옷을 입은 공간으로 변모하였음에도 리모델링되기 전 건물의 기억을 남겼다. 이는 공간의 오랜 시간, 역사적 특징을 시각적으로 각인시키는 요소가 된다.




천장이 열리는 D동은 마치 작은 격납고의 모습 같기도 하다. 소규모 행사나 전시를 위해 기능한다. 보다 많은 좌석을 배치할 수 있는 면적이지만 활용 방향은 오히려 그 반대이다. 넓은 여백을 둠으로써 디자인과 감상의  가능성을 열었다. 노골적인 상업성보다 예술과 아름다운 경험에 사람들의 선호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열린 하늘 아래 햇빛이 들어오는 중앙의 무대를 바라보게 만든 듯한 좌석의 배치 역시 설계 의도를 잘 설명해준다.



일터라는 개념이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확장되는 요즘 많은 이들이 자유로운 업무환경에 대한 욕구를 갖는다. 그렇다면 공간은 최소한 사람들이 시간을 들여 이동하고 찾을 만큼의 가치를 확보해야 한다. 집과 기존의 일터에서 볼 수 없는 고유한 감성이나 감각을 진정시키는 자연환경 등을 말이다. 필자 역시 자유로움과 편안함 두 요소가 적절히 조화된 곳을 선호한다. 코사이어티는 이러한 점에서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다.


"만들어진 시스템인 소사이어티(society‧사회)가 아닌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함께 작은 사회를 만들어보자는 의미에서 코사이어티(co-ciety)" 라는 대표의 발언은 의미가 있다. 자유로운 삶과 업무 스타일을 가진 개인들이 공통의 교집합을 형성하고 뜻을 이루는 과정을 돕기 위함이다. 하지만 업무만을 위한 성격의 공간은 아니기에, 언제나 열려있는 편안한 공간이자 가능성의 플랫폼으로 우리의 일상에 자리한다. 그렇게 함께 가는 공간이자 창의적인 브랜드로 지속되길 바란다.



장소: 코사이어티(cociety)

위치: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 82-20

시간: 12:00 - 20:00 (매주 월요일 휴무)

연락처: 02-464-0054

https://www.instagram.com/cociety_/

작가의 이전글 건축화된 작품세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