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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로나 Feb 05. 2021

누구를 위하여 알람은 울리는가

공구의 유혹

7살, 5살 두 아이를 키우는 전업 주부의 스마트폰이 바쁘게 울릴 일은 별로 없다.


하지만 그 알람 소리에 습관적으로 스마트폰 화면을 밀면 카톡, 문자, 카페에서 울리는,

나를 찾는 곳의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되면..... 말이지...


세상에 이리도 많은 공구가 있다니!!

순간 두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매력적인 가격과 구성 좀 보소!!!


"그래, 난 오늘 하루를 합리적이고 지혜로운 쇼핑으로 시작해보는 거야!"

라는 기대감에 사로잡혀 본격적으로 자리 잡고 스마트폰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이것은 마치 ort의 매직 키가 번쩍이는 것과 같은 상황 이리라! 나는 신나는 모험을 떠나는 거라고!!!)


뭐 이런 책들도 있어? 

그래. 이거 안 그래도 생각하고 있던 책이었는데, 딱이네..


구매를 합리화시킬 수 있는 이유는 얼마든지 있었다.

어쩜 이리도 내가 원하는 것들만 오늘 공구를 하는 건지, 깜빡하면 놓칠뻔했잖아!


하긴 요즘은 내가 인터넷에 머물러있는 사이트를 추적해서 거기에 맞는 광고를 띄워준다고들 하니 그렇게 놀랄 일도 아닌 듯하다.


그런데 이 많은 사람들은 이 많은 책들을 다 사서 읽고 그러는 걸까?

이렇게 부지런히 아이들 책을 사다 날라주는 엄마들이 많구나 세상에는.

나도 좀 빠삭한 육아 트렌드를 따라가는 엄마가 되어야겠는걸? 


이런 생각들의 꼬리를 꼬리를 무는 시간 동안 정작 나는 빠릿빠릿하게 구매하기는커녕

애초에는 보려고 하지 않았던 육아 정보들을 클릭해가며 아주 단단히 시간 죽이기를 하고 있다.


그러다 깨닫는다. 나름 잘 절제하고 주관을 갖고 책을 사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한 번씩 이런 공구의 늪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정신 못 차리는 건 어쩔 수가 없는 건가 하고 말이다.




그래서 조용히 창을 닫는다. 아니 이참에 카페 탈퇴도 한다.

사실 그 카페에서 관심 가는 정보는, 

그저 얼마나 싸게 파냐. 같은 가격에 얼마나 더 끼워주냐 이거였다.


사지도 않을 거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 비교질이나 하고 있는 나의 한심한 모습이 싫기도 하고.


사실 아이들은 이제 어떤 책이 갖고 싶은지 엄마에게 이야기를 해준다.

그러니 화면 속 남들 다 읽는다는 책들 말고,

아이들과 서점에 가서 직접 찾아보고 구입하는 것이 훨씬 더 의미 있지 않을까.

그리고 지금처럼 중고로도 상태 좋은 책들을 살 수 있는 조건도 누리고 말이다.


난 공구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분명 가격의 혜택이 주어지는 것은 맞다.


하지만 알람이 울릴 때마다 습관적으로 반응하고,

구매의 목적은 잊은 채로, 쓸데없이 시간 죽이면서 얕은 정보만 검색하고 있는 나로부터 스스로 벗어나기로 한 것이다.


화면 속 컬러풀한 새 책들에서 눈을 돌려, 지금 우리 집 책장을 체크하자.

손이 덜 가는 책들은 잘 보이는 곳에 옮겨서 꽂아주고,

추억이 가득 담긴 책들도 꺼내서 아이들과의 시간 여행도 해보고,

아이가 주로 어떤 책들을 찾는지 같이 이야기해보면서,

우리에게 실질적으로 더 필요한 책을 구매해보는 거다.


깨닫기 전에는 정말 모른다.

역시 삶은 어느 정도 바닥을 치고 허우적거려봐야 현재가 보이는 것일까?

아무튼 오늘도 나의 육아 주파수는 "현재" 임을 잊지 말자.

육아 세계에서의 공구의 유혹은 현재로 돌아오라는 알람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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