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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로나 Mar 22. 2021

아이도, 나도, 결국 루틴.


비가 온 탓일까.

늘어지고픈 그 마음 그대로 일요일 아침을 빈둥거린다.


그런데 희한한 건, 내가 늘어져있으면 이놈의 집도 똑같이 늘어진다는 거다.

아이들 밥을 챙겨주려 겨우 몸을 일으키니 다 듣고 있었다는 듯이 나오는 남편도 그렇고.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어느 것 하나 돌아가는 게 없다. 세탁기도, 청소기도....


아아! 그래도 오늘은 아주 격렬하게 모든 걸 모르쇠 하고 싶다 이 말이지.


점심은 배달 음식으로 밥순이 벗어나기를 성공.

아이들은 DVD 틀어주고, 남편은 넷플릭스에 빠져있고,

난 그저 침대에 누워 뒹굴뒹굴하다 짧은 낮잠을 반복했다.


그런데 쉬면서도 뭔가 개운하지 않은 이 기분은 뭘까.

뭐가 그렇게 마음에 걸리는 거지?

아까 아이들이 놀이터 나가자고 한 것 때문인가?

쌓여있는 빨래 바구니 때문인가?


머릿속 생각만 뱅뱅 돌아갈 뿐, 이놈의 몸뚱이는 전혀 일어날 생각이 없다.


시간을 그렇게 계속 흐르고.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서, 아이들과 안양천에 가서 산책하자고 했더니 너무나도 신나 하는 표정.ㅋ

급 추워진 날씨에 단단히 무장하고 가족이 밖으로 나왔다.

가는 길에 뜨거운 커피 한 잔도 사고, 늦은 오후의 세찬 바람을 가르며 산책을 했다.


막상 나오니까 늘 보내던 주말 루틴을 되찾은 기분이다.

아이들은 돌과 모래, 나무들과 신나게 대화를 하면서 말이다.


집에 돌아와서 양 볼이 빨개진 아이를 씻기는 내내 하나도 피곤하지 않았다.

하루 종일 푹 쉰 덕분이겠지만, 집에만 있었으면 모르고 넘어갔을 차가운 상쾌함을 충전하고 왔기 때문일 거다.


그러면서 아이는 옷 입고 따뜻하게 앉아서 책 읽고 싶다는 말을 한다.

"응 엄마도. 엄마도 샤워하고 책 보고 싶어. 그럼 너무나 포근하고 기분 좋겠다 그렇지?"


아이와 이런 대화를 하며 공감할 수 있다니 너무나 신기하면서도 행복했다.


아이도, 나도 결국은 루틴일 수밖에 없는 거다.

루틴과 편안한 휴식의 조화와 균형이 있는 삶을 만들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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