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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로나 Mar 27. 2021

꼭 돈 버는 일이 아니더라도


가끔씩 훅 들어오는 질문 하나,

아이들도 다 컸는데 일은 다시 안 하냐는 것.

어떻게 대답해야 잘 대답했다고 소문이 날까.

변명처럼 들리지 않고, 의욕이나 생각이 없어 보이면 안 되며, 충고나 조언이 나오지 않게 그냥 한 방에 정리할 수 있는 그런 대답을 하면 진짜 깔끔하고 좋을 텐데.ㅋ


하지만 나란 사람이 그렇게 대답을 할 리가... 없지.ㅋ

'어? 어... 그러게요. 애들은 커가고 경력 단절도 커가고... 뭐.. 그렇네요? 아하하하!!' 라며 이도 저도 아닌 대답으로 그 순간을 어떻게든 벗어난다.


괜히 서글픈 마음을 안고 돌아오는 길에 예전에 '꼭 돈을 버는 일이 아니더라도 내가 매일 일정하게 하는 일이 있는 사람인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라는 글을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 나도 매일 하는 루틴들이 있잖아.

책 속의 문장으로 위로를 받으며 매일 루틴을 해나가며 좋은 습관을 더 많이 만들어가는 삶에 집중하기로 다짐을 해본다.


어제는 아이들의 유치원 상담을 다녀왔다. 7살이 된 첫째의 담임 선생님께서 아이가 글을 잘 읽고 쓰던데 어떻게 가르쳤냐고 물어보신다.

사전에 제출한 상담서에 사교육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기록을 보시고는 하시는 질문이었다.

책 읽어주는 걸로 한글을 뗐다고 말씀드렸더니 굉장히 놀라셨다.

지금 반에서 글을 잘 읽고 쓰는 아이가 2~3명 정도인데,

특히 우리 아이는 지금 초등학교를 가도 무리 없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주시며, 계속 이렇게 아이의 흥미를 이끌어달라고 하셨다.


그 이야기에 혼자 또 속으로 울컥하며 어둠의 터널에 갇혀있던 그 시간들이 그저 슬픔과 고통만 있었던 건 아니었구나 싶었다.

아무리 알려줘도 1초만 지나면 딴소리하는 아이를 보면서 '진짜 친자식이 맞는구나... 친자식이라 이렇게 속이 끓는 거구나...'라면서 진리를 깨닫게 해 준 너.

그래 무슨 ㄱ, ㄴ, ㄷ이냐 책이나 주야장천 읽자 싶어서 그림책을 가져오는 대로 읽어줬는데 어느 날 혼자 책을 읽게 되고 그러다 이것저것 쓰게 되는 아이가 되었던 거다.


사실 이렇게 내가 책을 읽고 뭔가 끄적거리는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아이들을 키우는 것에는 훨씬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시간들이 쌓일수록 나 자신에 대한 중심을 잘 잡는 것이 삶을 보다 멀리, 넓게 볼 수 있도록 도와주니까 말이다.


노트북을 켜고 뚱땅뚱땅 거리고 있으면 아이들이 엄마 일한다고 이야기해준다.

그런 말을 들으면 내가 진짜 뭐라도 된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면서 (단순한 사람;) 나 혼자서 이거 괜히 뜬구름 잡고 있는 시간을 보내는 건 아닐까 의심만 했던 시간들을 그 한 마디에 보상받기도 한다. ㅋㅋ


그래 꼭 돈을 버는 일이 아니더라도 내 손으로 내 아이들을 케어할 수 있고, 글쓰기를 하고, 책을 읽고, 부족한 것들을 끊임없이 공부하고 사색해나가는 그런 매일의 나의 일을 사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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