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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영 Oct 27. 2024

강진 2주살이 4일차

가우도, 황금들판, 가을하늘, 갯벌, 병영성 노을

오늘도 백구 짖는 소리에 깼다.

그래도 블라인드랑 창문을 닫고 잤더니

푹 잔 것 같다.

일어나서 하는 일은 창 밖 보기.

뒷집 백구들은 잘 있나

무슨 일이 있어서 도대체 그렇게 짖는거니

아침에만 짖고 낮, 밤에는 거의 안 짖던데

아침에 무슨 일이 있는건지 알수가 없네

얘는 안 짖는 백구

어린이 백구 같다.

자는 모습이 이렇게 천사라니

날씨 좋은 숙소 창 풍경

일어나서 모닝페이지를 쓰고

오늘은 뭘 먹을까 하다가

집에서 갈아온 과일채소주스랑

어제 먹고 남은 단호박, 고구마를 먹었다.

원래 오늘은 목포골목길문학축제 가려고 했었는데

배롱님이 가우도에서 버스킹을 한다고

올일이 있으면 보러오라고 하셨다.

그렇담 가봐야지.

가우도 사실 갈 생각도 없었는데

배롱님 덕분에 가보게 됐다.

가우도는 저쪽 아래에 있어서

차로 한 3,40분 정도 걸리는 곳이었는데

가는 길이 너무 예뻤다.

황금 들판이 계속 펼쳐져서

맑은 하늘, 구름이랑 같이

진짜 그림 같았다.

 

귀찮작가님이 때마침

지금이 시골여행 타이밍이라고 알려주셨다.

나는 정말 운도 좋지

딱 이럴 때 강진에 오다니.

부산에 있었다면 절대 보지 못했을 풍경이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가우도.

아니 여기 엄청 핫플이었구나

주차장에 자리가 꽉차서 멀리까지 대고 와야했다.

이런 곳이었다니..

가우도는 왼쪽 오른쪽 양쪽에서 갈 수 있는데

나는 오른쪽 저두장터가 있는 곳에서 갔다.

걸어서 들어갈 수 있는 섬이라는 것과

청자 모양을 한 청자타워,

짚트랙, 모노레일이 유명한 것 같았다.

 

아직 버스킹이 시작되지 않은 것 같아서

일단 다리를 건넜다.

다리 위에 있으니까

어떤 아이가 지나가면서 말했다.

"바다 위를 걷는 것 같아요"

바다 위를 걷는 거 맞지 ㅋㅋ

바다를 갈 때마다

바다의 색을 보는데

여기는 초록색이었다. 신기하게도.

거제도는 에메랄드 색이었는데

그거랑은 또 다른 녹색

쩌어~ 멀리 보이는 청자타워

 

여름에도 구름이 예뻤지만

가을의 구름도 예쁘다.

여름의 것과 다르게

가을 구름의 아름다움이 있다.

가끔 짚트랙 타는 사람들이 쒸이잉 하고 지나간다.

모노레일은 3천원

짚트랙은 25,000원

제트보트는 30,000원

가우도에서 뭘 사거나 먹으면

할인이 되는 것 같았다.

맨 위에 청자타워랑 사람 내려오는 모습이

깜찍하다



다리 건넜다가 왠지 지금쯤 버스킹을 할 것 같아서

돌아왔더니 딱 타이밍이 맞았다.

배롱님 버스킹 차례에 잘 맞춰와서

노래를 들었는데 진짜 잘하셨다.

가수하다가 내려오신 것 같은데..?

성당에서 기부금 모금을 위해서 하는 버스킹이라

나도 소액이지만 기부했다.

공연장 반대쪽에 갯벌이 있었는데

여기도 게랑 짱뚱어가 빼곡했다.

게들이 다 한쪽을 바라보면서 가만히 있었는데

죽은건지 살아있는건지 알 수가 없었다.

게들도 광합성을 하는건가..?

갈매기들이 앉아있을 때 고개가 같은 방향을 향해 있는걸 보고 신기했었는데

게들도 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게 신기했다.

해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데

게들은 눈이 안 부신가?

버스킹 노래를 들으면서

꼬물꼬물 움직이는 짱뚱어랑 게들을 보는데

갑자기 울컥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이렇게 작은 생명들이 움직이고 살아있다는게

갑자기 감격?스러웠달까.

이런 나도 내가 당황스러웠지만

또 생리기간이 가까워 와서 호르몬이 나를 놀리는 것 같기도 했지만

이런 것에 감동할 줄 아는 내가 좋다.

 

버스킹 다 듣고 다시 가우도로 들어왔다.

강진에 있는 동안 다시 안올 것 같아서

이왕 온김에 한 바퀴 돌고 가자 싶어서

내려오시는 분들이 "버물리가 꼭 필요하다!" 이런 얘기 하시는걸 듣고

일단 얘를 뿌렸다.

모기에 잘 물리는 스타일이니까 

치마도 입었으니까 뿌려줘야지

들어오자마자 신기한 꽃 발견

아마 오리방풀인 것 같다.

숲속에 들어오니까 또 눈이 바쁘다.

이것 저것 새로운 것, 신기한 것을 찾고 있다.

귀도 아주 예민해지는데

혹시 새나 동물들을 만날 수 있을까 하고

항상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쫑긋 세우고 있다가 만난

곤줄박이

소나무 솔방울 안에 있는 씨앗을

하나씩 쏙쏙 빼먹고 있었다.

나 하나 먹고 너 하나 먹고

 

이 빨간 열매같은게 있는 나무도 신기했다.

이름을 검색해봤더니

말오줌때?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5731499&cid=46694&categoryId=46694

말 채찍 만들어서 말

오줌은 냄새가 난다니까 그렇다 치는데

때는 뭐지

대인데 때가 된건가

근데 이름을 너무 ㅋㅋㅋ

말 + 오줌 + 때 라니

좀 무성의한 조합 같기도 한데

말오줌때 다시 보면 기억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얘는 붉은서나물

오므리고 있는게 꽃이고

저렇게 보송보송하게 펼쳐져있는게 열매라는데

미국원산이라고 한다.

외래종인데 잘 퍼졌다고.

민들레처럼 잘 자라는 식물인가보다.

얘는 아마 골등골나물

수국길이 있다더니 여긴가보다.

수국이 활짝 피었을 때 왔어도 예쁠 것 같지만

지금도 예쁘다.


해가 반대편으로 넘어가서 그늘이었는데

잠시 해가 비칠 때마다

멋있었다.

해가 비치는 곳과 비치지 않는 곳이 조화롭게

또 그림이 되는

이 나무도 빛이 촥 드리우는데

옆에 큰 나무 3그루가 이 나무를 지켜주는 것 같기도 하고

아바타에 나오는 신비로운 나무 같았다.

움직일 것 같고, 노래를 부를 것 같은.

혼자 열심히 걷고 있는데

두 커플이 저렇게 손을 잡고 건너시는 걸 보고..

나도 여기 있어요~

살짝 외로웠지만..

혼자 여행하는 장점도 분명히 있다.

내 사진을 찍기도 어렵고,

이 곳이 좋았었지 훗날에 추억을 이야기할 사람도 없고

좋은 걸 봐도 이야기할 사람이 없고

혼자 감탄하고 혼자 좋아해야하지만

내 속도로 걸을 수 있다.

내가 멈추고 싶을 때 멈출 수 있고,

가고싶을 때 갈 수 있다.

내 속도로 갈 수 있는 것,

이게 혼자 여행의 제일 큰 장점이다.

(하지만 외로운 것도 사실..)

백로 한마리가 바다 위를 낮게 날았다.

나무를 따라 쪼롬히 올라가고 있는 식물

줄을 잘 섰구나



강진에 와서 좀 힘든게 자꾸 뭔가 타는 냄새가 난다.

냄새만 나는게 아니라 목도 따갑고 눈도 따가워서

창문을 열고 있기가 힘들다.

집에서도, 차를 타고 있을 때도

잊을만 하면 탄내가 나서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해야 한다.

저기서도 뭔가가 거대하게 타고 있는 중..

가을엔 산불조심 해야하는데

그만 좀 태워주세요..


가우도 갯벌

딱 똑똑 뽀잉 뿅 이런 소리가 났다.

갯벌을 진짜 와본적이 거의 없어서

이런 소리가 나는게 너무 신기했다.

이 까만 흙 사이에 정말 많은 생명들이 살아있는거였다.

조개들이 물을 뿜고,

게, 짱뚱어들이 어딘가로 향하고

위풍당당하게 고지를 점령한 짱뚱어가 너무 귀여웠다.

가만히 보고 있기만 해도 심심하지 않았다.

갯벌멍도 있나

갑자기 가우도라는 이름이 무슨 뜻인지 궁금해져서 검색을 해봤다.

https://korean.visitkorea.or.kr/detail/ms_detail.do?cotid=a347509d-3a14-4a12-b0ae-ec5be2b9d68d

駕牛島

멍에 가, 소 우, 섬 도

보은산이 왜 소 머리인지는 모르겠으나

가우도가 멍에라는 말이 뭔소린지는 알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다리도 양쪽으로 만들어 놓은건가

그래서 더 멍에처럼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소 일할 때 머리 뒤에 시옷 모양 나무를 멍에라고 하는데

네이버 국어사전


멍에라니, 보은산이 소라니

보은산이 들으면 기분 나쁠 것 같기도 하다.

나를 억압하다니!

얘는 왜 검색이 잘 안되지

진짜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인데

길가에 많이 피어있는 

별로 분홍색도 아니구만 다음꽃검색은 왜 얘가 분홍바늘꽃이라는거야

이게 맞아..?

요즘 다음꽃검색이 잘 안맞는 것 같다.

데이터베이스가 더이상 쌓이지 않는건가

원래 있는 기록으로만 찾는건지

뭔가 잘 안맞다

예전에는 다음꽃검색이 제일 잘 맞았었는데

요즘은 구글렌즈로 하는게 제일 잘 맞는 것 같다.

저 꽃은 맞는데 이름을 모르겠구만..

가오리? 두마리가 하트를 그리고

몸도 하트 빵꾸가 나있고..


여기 보니까 갑자기

군산 옥돌슈퍼 생각이 났다 ㅋㅋㅋ

바다 앞이라고 엄청 비싸게 먹었었는데

여기는 손님이 별로 없네..ㅎㅎ

이제 거의 끝물인 꽃무릇


갯벌에서 구멍마다 게나 짱둥어들이 사는걸 보고

산에 왔더니 이 구멍들도 다 무언가가 사는 집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담 여기는 공동다세대주택이나 아파트 정도 되려나

구멍이 상당히 많았거든..

세로로 쭉 생긴 비행운

여기는 비행기가 진짜 많이 다닌다

생각해보니 제주도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들이

다 여기 위를 지나는 것 같기도 하고

제주도에 있을 때 정말 수도 없이 비행기가 출발하는걸 봤는데

여기는 그 많은 비행기들이 지나가는 곳이다.

 

도토리가 익어가는 계절

얘는 6형제 중에 무슨 참나무지

신갈 아니면 갈참나무 같은데

신발 아래 깔아서 신갈이라니!

작명이 기가 막힌다


두꺼비바위 이건 누가 하나씩 쌓아서 만든 것 같이 생겼는데..

사랑을 이루어주다니..

내 사랑.. 고마워..

여기는 버섯도 자라고 있구요.

돌아가는 길에 시작점을 보니 붉은 조명이 켜져 있었다.

저녁에 걸어도 낭만 있겠다.

저 꼭대기에 피뢰침?이 있는건가?

나갈 때 되니까 물이 많이 빠지고

물 색깔이 변했다.

물이 한참 빠져서 드러난 바닥

여기도 다 짱뚱어랑 게들이 산다는거지..!

원래 가우도 갔다가

근처에 있는 청자박물관이랑

한국민화뮤지엄에 가려고 했었다.

강진읍내보다 멀어서

간김에 다 보고 올랬는데

가우도 1시간 반 돌고 나왔더니

걸음수도 만보가 되었고

내 체력도 바닥이 나서

더이상 걸을 수 없었다.

오늘 일정은 여기까지..

가우도 도착했을 때부터 사실 배가 고팠는데

아침을 너무 건강하게 먹어서인지ㅎㅎ

저녁 먹을거리를 사러 파머스마켓에 들렀다.

동과?라는 채소인가 이게

나도 처음봤는데 아는사람들이 많이 없는건지

어떻게 먹는지 설명도 적혀 있었다.

여기는 잎새주 먹는 전라도

집에 다와갈 때 즈음에

해가 지고 있었는데

오늘도 노을이 예쁠 것 같고,

시간도 맞을 것 같아서

집에 들르지 않고 바로 병영성으로 향했다.

역시 노을 여기서 보는 거 맞았네

여기가 노을 맛집이네

이 나무 뒤로 보이는 노을도 너무 멋졌다.

구름이 어쩜 저렇게 생겼는지

하늘은 그림을 참 잘 그려.

이걸 따라 그리면 작품이 되는건데

그게 어렵단 말이지.

얘는 무슨 벌레인지도 모르겠는데

벌레가 자꾸 난다. 부러워

새도 아니면서 날다니!

산봉우리? 산 모양을 보고 이름 지어주는게 재밌어졌는데

얘도 이름을 지어주고 싶은데

너를 엉덩산이라고 부르면

혹시 기분이 나쁠까..?

저 멀리 쟤는 삼방산

이게 하멜기념관에서 봤던 그 옹성

문 밖을 동그랗게 싸고 있는 것

얘는 치성

바로 배우고 복습할 수 있으니까 좋구만

여기가 전라병영성 입구처럼 트여있는데

왜 문이 아니라 여기가 트여있는걸까

일부러 벽을 허물고 여기를 튼걸까

아니면 문으로는 큰차들이 잘 못다녀서 일부러 여기를 옛날부터 텄던걸까?

진짜 문은 저기인데 말이지.

아 근데 저기는 옹성이 있어서 다니기는 불편했겠다.

오늘 장본 것들

고구마가 저만큼에 2천원이라니!

작아도 좋아

순두부도 사고

오늘 메뉴는 순두부!

왠지 화이트와인을 먹을 일이 있을 것 같아서

치즈랑 참크래커를 샀는데

화이트 와인을 안샀지 ㅋㅋㅋㅋ

집에 술도 없지 ㅋㅋㅋ

 

어글리어스로 주문한 땅콩호박도 가져왔는데

얘는 가성비가 아주 좋은 호박인 것 같다.

저 길쭉한 부분에 씨가 안들어서 다 살이다.

단호박은 생각보다 가성비가 좋지 않고

얘는 아주 실해.

맛도 달콤하고 부드럽고 좋다.

전에 엄마가 한 번 갖다주셔서 먹어봤었는데

그때도 맛있게 먹어서 한번 더 주문해봤다.

호박은 오래 두고 먹을 수도 있으니까.

주문하고 가져오길 잘했다!

오늘의 저녁메뉴는

소고기, 가지, 땅콩호박, 양파, 계란을 넣은 순두부,

어제 먹고 남은 두루치기,

첫날에 먹고 남은 가브리살, 표고버섯 구이, 깻잎

오늘도 저녁은 드라마 나의 해리에게와 함께.

집에서 맨날 티비로 드라마보고 유튜브 보고

하루종일 티비만 보고 있어서 티비 좀 그만 봐야지 했었는데

여기 와서 느꼈다.

맛있는 밥 먹으면서

재밌는 컨텐츠 보는게

내 큰 행복 중 하나라는 걸.

밥도 밥인데

나의 해리에게가 진짜 재밌어서,

숙소 IPTV가 지니티비라서 너무 감사하다.

진짜 소중해서 한 화씩 아껴보고 있는데

일주일에 2개씩 밖에 안나오니까

이제 더 아껴볼 것도 없다ㅠ

밥 사람 친구는 없지만

드라마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고 고맙다!

밥 먹고, 드라마 보고 나니

딱 긍정카드 필사 & 감사일기 리추얼

선언미팅 시간이 되었다.

시선님, 다현님, 이랑님, 보라님이랑 같이

이런저런 얘기 나누면서

웃고 떠들다 보니

시간은 1시간 반이나 지나고

혼자 있는 시간이 적적했는데

줌으로라도 만나니 좋았다 ㅎㅎ

나는 강진에 셀프유배를 하였으니

글쓰기에 매진하는 걸로..

오늘은 많이 걷고,

많이 보고,

많이 떠들고,

많이 웃었으니

일찍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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